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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Mar 10. 2020

모든 게 그립고 모든 게 허무해지는 날이 있다.

모든 게 그립고 모든 게 허무해지는 날이 있다.


모든 게 그리워지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검은 회의감이 몰아치고 어떤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침대에만 파묻혀 옛일을 기억해내는 날이 있다. 그렇게 모든 게 허무해진다.


도망치고 싶어 진다. 나에 대해선 어느 하나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고 싶어 지는 날이 있었다.


지지난 봄, 태국의 어느 섬에 일주일 정도 지냈던 적이 있다. 친구 둘과 떠나서는 섬 안에서 꼼짝 안 했다. 완벽한 이방인으로서 우리들만의 작은 아지트와 해변을 왔다 갔다 하며 걷고 취하고 잠들고 기억했다.


나는 그 날들이 그리워지고 다시 허무해지고 또다시 도망치고 싶어 지는 날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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