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제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건지 스스로 돌아볼 때가 있어요. 뜨겁게 사랑하지는 않는 것 같거든요. 어쩌면 제가 아직도 상처받기를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 이미 상처 받을 것이라고 기정사실을 지어놓고 당신을 만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나와 비슷한 상처를 가진 당신에게 그렇게 마음을 열어달라 해놓고선 저는 그러지 못하고 있나봅니다. 아니, 정말로 제가 당신을 단지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을 뿐일까요. 서로에게 익숙한, 그런 무서운 이유일까요. 아니, 사랑이 사실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닐 뿐이라는 언젠가의 생각 탓일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제가 역시나 뜨거운 사람이 되지 못하는 까닭일까요.
당신께 질문이 있어요.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나요? 혹시 당신이 나의 사랑을 느끼고 있나요? 그렇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거겠죠. 나는 답을 모르는 것 같아요. 당신은 혹시 답을 알고있나요.
대답할 수 있나요? 당신은 나를 사랑하고 있나요? 확신을 가지고 있나요? 얼만큼의 확신을 가지고 있나요? 당신은 상처 받는 것이 두렵지 않나요. 상처 받을 것이라고 믿지 않나요.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나요. 사랑은 역시나 거창한 것이 아닌가 봐요. 그것이 아니라면 당신은 뜨거운 사람인가요.
많은 대답들 중 제게 진심으로 가장 무서운 것은, 제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건지 스스로 돌아볼 때 떠오르는 까닭들 중 제게 진심으로 가장 무서운 것은, 제가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뿐이라는 이유입니다. 이 말만이 진실이라면, 나머지 모든 이유들은 결국 자기합리화의 변명일 뿐이라면, 내 자신이 너무도 비참한 사람이 될 것 같습니다. 난 당신을 사랑하고 있겠죠?
이런 내게 당신은 어떤 말을 해줄 수 있나요. 나의 이런 의문이 정말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탓인가요. 내 사랑이 당신에게 너무도 차갑나요.
사랑의 온도라는 말을 들어본 거 같아요. 그렇게 차갑고 뜨겁고를 생각하다보면 누군가는 동상입고 누군가는 화상을 입는 상황이 떠올라요. 누군가의 차가움에 누군가의 뜨거움이 식어버리고, 누군가의 뜨거움에 누군가가 사라져버리는 상상을 해요. 비슷한 온도여야만 서로 함께 할 수 있는 걸까요? 그런거겠죠. 상처 입을 각오란 조금 멍청한 각오같아보여요. 제겐 당신이 꼭 뜨겁지만은 않아도 돼요. 그렇다면, 우리는 같은 온도인가요? 아니면, 영 다른 온도인가요? 서로의 온도에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나요? 내게 어떤 마음을 전할건가요?
당신은 내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