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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May 11. 2020

"나쁘게 굴기 싫으면 그러지 않아도 돼."

"내가 좀 아는데, 그렇게 나쁘게 굴기 싫으면 그러지 않아도 돼."


나쁜 짓을 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누군가를 괴롭히고 다치게 하고 상처 주고 그런 게 장난인 듯 굴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리고 슬퍼져요. 그런 짓을 한 저를  반성하며 질책하게 돼요. 소심하고 찌질해요.


어떤 사람들은 나쁘게 구는 것을 스스로를 지키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제가 그러는 것처럼 말이에요. 틱틱거리는 말투가 재밌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그런 말투에 상처 받지는 않을까, 나를 너무 가벼운 사람으로 보지는 않을까 걱정해요. 다정한 말투를 쓰고 싶지만 갑자기 변한 제 모습에 어색함을 느낄까 걱정해요. 하지만 나쁘게 구는 게 쿨해 보이는 것 같고 제가 상처 같은 건 받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나쁘게 굴어요. 앞서 말한 것처럼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역시나 제 소심한 부분 때문이고 그걸 가려주는 게 '나쁘게 굴기'인 것 같거든요.


그런데요, 이 말을 들으니까 가슴이 시큰거리더라고요.


"나쁘게 굴기 싫으면 그러지 않아도 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내가 어떤 걱정을 하는지 찌질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누가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억지로 그럴 필요 없다고.


나쁘게 구는 제 모습 때문에 슬플 때가 종종 있었는데, 그것보다 더 슬픈 말이었어요. 나쁘게 굴기 싫으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 그 사람이 제 가슴에 있는 지퍼를 열어서 자기 손을 휘휘 넣더니 제 깊은 곳 어딘가에 있는 것을 덥석 움켜쥐어버린 기분이었어요.


그래요. 들킨 거죠. '나쁘게 굴기 싫은데, 이러지 않고 싶은데, 라는 제 마음을 들킨 거였어요. 저도 모르고 있던 제 마음을 이렇게 제 귀로 직접 들으니까 알겠더라고요. 제가 왜 그런지를.  인정받은 기분, 용서받은 기분 같은 거였어요.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 걱정했던 것이 진짜 괜찮은 일이 된 거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더라고요. 몽글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그러니까,

나쁘게 굴고 싶지 않다면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래요, 나쁘게 굴고 싶지 않다면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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