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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Oct 19. 2020

내  팔자려니

/팔자라는 것에


내 팔자려니 하고 산다. 갑자기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내 인생 태도들을 표현할 수 있는 많은 말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감질맛 나는 것이 이 말인 것 같다.


오늘도 나는 내 팔자려니 하고 산다. 


간만에 정말 다행히 나온 허지웅의 신작을 드디어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투병일기 같을 것이라는 편견이 들어서 읽지 않고 있다가 오마르의 광고를 보고 그래 한번 읽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책을 펼치니 이전에 읽었던 그의 작품들처럼 참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그 중 얼핏 들었던 생각 중 하나가 이와 비슷했다.


내가 좃밥임을 인정하니 세상 평안해진다.


허지웅의 에세이 저변에 깔린 자기에 대한 객관적인 회의. 우리 모두는 별로인 사람이라는 사실은 이번 작품의 첫 페이지에서 바로 드러난다. 우리의 삶은 남들만큼 비범하고, 남들의 삶은 우리만큼 초라하다. 그렇게 우리가 부디 평안하기를.


나의 부모와 나의 직업과 나의 인간관계와 나의 성격과 나의 연애사들. 컨버스에 흩뿌려지는 액션페인팅 같이 뒤섞인 이야기들이 가득한 나의 세계에 대해서 말할 때면 나는 어떤 변화나 성장의 의지를 가진 적이 없다. 다만, 그래 그렇지 그래서 나보고 어떡하라고, 반문할 뿐이었다. 그저 그렇게 내비두는 것, 그것이 나의 세계에 대한 나의 태도. 이런 나의 삶의 태도에 그릇이 작다거나 야망이 없다는 투의 비스무리한 비난들도 많았다. 그

렇게 살면 죽도 밥도 안된다고, 그럼  나는 다시 이렇게 얘기할 뿐이다.


내 팔자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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