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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May 25. 2020

우스운 성과주의

오늘은 휴가였다. 타이밍도 좋고 날씨도 좋아서 데이트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회사 단톡방에 카톡이 올라왔다.


'카톡'

 

내용은 'OOO선행미담 사례 보고...' 따위로 시작하는 줄곧 올라오는 일명 '칭찬글' 같은 것이었다. '우리 오늘 이거 했으니까 알아주세요 ~' 같은 내용들이다.


가끔 이런 공지글이 올라오면,  "오 오늘 누구누구가 이런 일을 했었네" 하면서 나도 다음엔 한 건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의욕이 쭈욱 끓어 너무 칠 때가 있어서 사기 증진이나 성과 측정 같은 면에서 꽤 괜찮겠구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가끔은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가 대부분 선행미담 사례이다. 그중에서도 폐지 줍는 노인 분들의 리어카를 밀어드렸다는 식의 내용들, 보행이 어려우신 분들의 도보 횡단을 도와드렸다는 식의 내용들이 종종 그런 선행미담 사례로 올라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욕지기가 일어나곤 한다. 도대체 경찰이 그런 일을 한 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인 건데? 그게 정말 맡은 바 소임을 다해서 '성과'랍시고 '칭찬'할 만한 일일까?


경찰 내부망 홈페이지에는 항상 '칭찬합시다' 게시글이 핫하다. 각종 부서에서 오늘은 무엇을 했니 하면서 칭찬해달라고 게시글을 업로드하기 때문이다. 또 지휘부에서는 그것을 보고 상장 등의 표창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별 성과 같지도 않은 일들이 게시되기도 하는데, 제발 성과 평가나 관리는 좀 체계적으로 하면 안 될까요. 진절머리가 난다.


수배자 검거보고 혹은 장기간 실종자 발견 같은 것들은 그래도 봐줄 만하다, 열심히 일했다는 거니까. 근데 저런 거는 좀... 그냥 혼자만 알고 넘어가라...


휴가날에도 회사 단톡방 때문에 혼자서 괜히 울컥해버렸다. 이런 일들에 속이 부글거릴 때가 있지만, 오늘도 대충살자. 변할 일은 언젠가 변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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