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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Feb 20. 2021

복세편살..복세편살...주문을 외워





어제 세차를 하려다 줄이 너무 길어서 못 해서 오늘 아침에 다시 세차장에 들렸다. 줄이 없어서 기분 좋게 들어갔다. 결제가 현금만 되는 줄은 몰랐다. 카드결제 되겠지 했는데 카드는 안 된다고 거절당했다. 오늘 꼭 세차를 하고 싶었는데.




승진결과가 발표되었다. 참 간사한 마음으로 승진한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승진 못 한 사람들 덕에 다행스럽기도 했다. 승진한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작년에 공부 좀 할 걸이라고 생각했다. 기회가 좋다는 걸 알면서도 난 너무 게을렀었다는 걸 실감했다. 난 끈덕진 성격은 못 되지만 후회에는 꽤 열정적이다.




오후 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직원들이랑 승진 얘기를 하다 자연스럽게 주식 얘기를 했는데 다시 또 자연스럽게 코인 얘기가 나왔다. 갑자기 코인에 다시 관심이 생겨서 간만에 단타 좀 해보려다 물려버렸다. 이래서 코인은 야수의 심장들이나 하는 것인가 보다. 안 그래도 주식도 물려있는데, 정말 되는 일이 없고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내 후회엔 생산성이 없다.




퇴근시간이 되서도 계속 비가 내렸다.




퇴근하고도 회사에 남아야했다. 연말정산 추가자료를 제출해야해서 퇴근하고 남아서 삼십분 동안 낑낑거렸다. 겨우 자료를 뽑아서 내부망에 등록하려고 했는데 6시가 넘으면 등록이 안된다고 한다. 작년엔 안 그랬는데. 스트레스가 터지기 직전까지 올랐다. 겨우 진정하고 내일 다시 하잔 마음으로 퇴근하는데 카드값 출금 알림이 떴다. 카드값이 덜 빠져나갔다는 것을 알게됐다. 운전하다 욕이 나왔다. 카드값 나가는 날인 걸 까먹고 그 돈으로 코인을 매수했기 때문이다. 당황해서 바로 손절하고 입금했는데 결제는 내일된다고 한다. 그럴 줄 알았으면 손절안했지. 아니다. 애초에 사질 말았어야지.




집에 들어가는 길에도 여전히 비가 그치지 않았다.




아침에 출근길에 세차하려다 못 했는데 오후부터 비가 와서 기분이 좋았었다. 싹 씻겨나가라. 퇴근길에 차는 깨끗했지만 마음은 영 더러웠다. 승진에 손절에 연말정산에...복세편살 하자고 몇 번이나 다짐했는데 세상사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세차는 안 해도 되겠네. 싹 씻겨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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