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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Feb 20. 2021

부러운 게 많은 날



부러운게 많은 날이었다.


‘남들을 종종 부러워한다.’ mbti 검사를 하면 질문 중에 이런 게 있다. 이 질문에 난 항상 ‘매우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었다. 오늘은 내심 거짓말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에 유학 간 친구의 소식이 부러웠고, 대학시절에 했던 영화동아리 친구들의 최근 단체 사진이 부러웠고, 새로 보기 시작한 드라마 속 기자의 삶이 부러웠다. 남들이 아무리 잘 나가도 썩 부러워한 적 없이 만족하면서 살아왔는데 오늘은 그들이 부러워졌다. 프랑스로 유학을 갈 정도의 친구가 가진 열정이 부러웠고, 동아리 친구들 사이의 여전함이 부러웠고, 드라마 속 기자를 보면서 나의 옛 꿈이 생각나 부러웠다. 나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범죄수사학을 공부하고있다. 범죄수사학은 참 흥미롭다. 새로운 학문을 배우는 두근거림이 있고 그 배움이 범죄를 얘기한다는 것에 긴장감이 있다. 이걸 공부할 수 있고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건 꽤나 만족스러운 일이라고 느꼈다. 다만 다른 삶의 살고 있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생각에 잠시 부러워졌던 것 같다.


기자에 관해 블라인드에 글을 올렸다. 직업이 기자인 사람들의 삶이 궁금했다. 예상은 했지만 뻔한 결과였다. 다들 타인의 삶을 부러워했다. 누군가는 나를 부러워했다. 기자를 꿈꾸진 않았지만 살다보니 기자를 하고 있다면서 따로 DM이 오기도 했다. 꿈꾸는 대로 사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나. 중요한 건 모두들 비슷하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현실과 타협하고, 여전히 굴러간다. 그러면서도 삶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고 우린 그 중 하나만 골라 살아갈 수 있고, 그건 별로 놀랄 일은 아니다.


예전에 인스타에 올린 글이 있다. ‘다른 삶들을 동경하곤 할 때가 있지만 지금 이대로도 참 좋다.’


부러운 게 많은 날이었다. 잘 부러워하는 성향도 아니지만, 별로 특별한 날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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