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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Feb 20. 2021

기동대 끝, 다시 지구대


지구대 실습이 끝나고 기동대를 갔다가 일년만에 지구대로 복귀했다. 할 줄 아는 것 없이 물호봉으로만 2호봉을 먹고 이제야 제대로 경찰일을 시작한다. 가고싶던 지구대로 발령받았지만 같이 팀을 하고 싶던 사람과는 같은 팀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번 팀이 매우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 지구대 자체의 신고 건수도 적당하고 팀원들이 잘 도와주기도 하고 딱히 구박하는 사람도 없어서 팀운이 매우 좋았구나 생각했다.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금새 익숙해졌다. 초반 몇 시간만 조금 눈치보고 얼탔지 운전 몇번하고 사수들이랑 얘기 나누다보니까 금방 적응이 되서 예상치 못한 익숙함조차 들었다. 원래부터 여기서 일했던 듯 안정감이 들면서 지난 1년 간 기동대 생활이 싹 지워진 기분이었다. 


팀 사람들은 그렇게 가깝게 굴지도 않았고 애써 거리를 두지도 않았다. 쿨하고 터치 없는 성격의 팀장님이라 그런지 팀원들도 각자의 일의 별반 신경쓰지 않았다. 자잘한 스몰토크도 잘 하지 않아서 애써 웃어줄 필요가 없었고 상대방도 그걸 원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적당한 거리감. 코로나 시국이라 지난 시간동안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진건지 ‘우리가 왜 우리냐’ 같은 옛날 감상이 많이 없어진 것 같아 퍽 마음에 들었다. 


마음 편히 일을 하다가, 마지막 신고 때 약간 찝찝한 일이 있었다. 별 일 아니었지만 아직 첫날이라 그런지 겁을 많이 먹어서 이런 저런 걱정이 마음 드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사수도움을 받아서 잘 해결했고 메모장에도 기록해놓고 마음을 다졌다. 앞으로 지구대 일을 하면서 많은 사건사고가 있을텐데 벌써부터 쫄아있으면 안되니까. 마음을 그렇게 먹었지만 역시 허당이라 그런지 집에와서도 찝찝함이 집요하게 남아있었다. 메모를 고치고 다시 상기하기를 반복했다. 


시뮬레이션이랄까 보고서랄까 등을 상상해보고 써보다가 문득 어느 시점에서 자신감이 들었다. 이렇게 하다보면 나도 어느새 숙달이 되어있지 않을까. 실습때는 이런 내 모습이 마냥 싫기만 했는데 지금은 어느정도 여유가 생긴 탓일까 이런 모습이 앞으로 나아질 미래를 보장하는 것만 같아서 만족감이 들었다. 난 잘 할 수 있다는 믿음. 아무래도 이것도 팀을 잘 만난 덕인 것 같다. 아직은 실수해도 모두 격려해주기때문이다. 그들의 믿음에 보답할 것. 한달 동안 왕창 깨지고 3월부터는 새학기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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