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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Feb 20. 2021

주말, 평범함



친구네 집에 모여서 점심을 먹었다. 프랑스에 있는 친구가 갑자기 치킨기프티콘을 돌렸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술을 먹고 취한 상태였다. 상태가 메롱인  같아서 위로해줄겸 다같이 웹엑스를 하며 수다를 떨었다. 얘기하다가 몇명이 모여서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다. 마침 배가 고파서  먹지 고민하던 참이어서 바로 만났다. 평소 자주 시켜먹던 돈까스를 세트로 배달시켜놓고 회무침을 만들고 어제먹다 남았다는 능이백숙을 데웠다. 배달오기를 기다리며 UFC하이라이트를 같이 보고 이쁜 유튜버들도 찾아보고 즐겨보는 직장인 브이로그를 보면서 공감하다가 아까 길에서  이쁜 여자 얘기를 했다. 배달이  참에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친구도 왔다. 밥은 먹었고 독서실에 가던 중에 잠시 들렀다고 했다. 군인인 형은 집에 왔다가 근무가 생겨서 바로 돌아가야하는 바람에 오지 못했는데 어차피 5 이상 집합금지라 못왔을 것이다. 넷이서 둘러앉아 수다나 떨며 밥을 먹었다. 버피를 몇개 정도하는지 공유하고 뱃살을 까보이고 건강을 걱정했다. 오늘 밤엔 나도 버피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고생 친구가 이제 독서실에 간다해서 가는김에 같이 나가기로 했다. 깔끔히 설거지랑 분리수거를 마치고 나도 집에 다시 왔다. 집에 와서 다시 누우니 참으로 주말 같았다.


집에 와서는 누워서 빈둥거리다가 명상을 했다. 밤에 운동도 하기로 했는데 간만에 투두리스트를 만들어야겠단 생각에 앱스토어에서 적당한 앱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스케줄 앱인줄 알고 습관 앱을 다운 받았는데 썩 나쁘지 않아서 계속 써보기로 했다. 명상하기, 운동하기, 일기쓰기를 추가하고 넷플릭스를 켜서 명상을 했다. 1화를 건너뛰었던 것 같아서 1화를 다시 봤다. 명상을 하고 습관 앱에 명상하기 버튼을 눌러 완료시켰다. 명상의 효과는 생각하지 말라그랬다. 그냥 하는거다. 앱을 깐 김에 이제 매일 명상 20분, 운동 40분 그리고 일기를 쓸 것이다. 화요일부터는 다시 교대근무에 들어가니까 중간중간 적당한 시간에 계획을 짜 넣으면 될 것 같다. 하루 계획표를 짜서 지키는 일은 어릴 때는 진짜 하고 싶지도 않았고 억지로 하더라도 잘 지키지 않았었다. 이제는 사람이 변했나 이런 일에 만족감을 느낀다. 점점 어떤 취향이란 것이 다듬어지고 확고해지는 것 같다.


취향에 선입견이 없어진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나는 쿨한 사람이고 싶어서 힙한 취향만 취향이고 나머지는 오히려 등한시했었다. 이젠 그냥 그런 기준 없이 내가 좋으면 좋은거지 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그냥 내가 좋은 걸 한다. 명상을 하고 글을 쓰고 땀 조금 날 정도로 운동을 한다. 학생 때보단 직장을 가진 이후 좀더 ‘신경쓰지 않는 법’을 터득한 거 같다. 커뮤니티에서 30대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었다. ‘30대 남자가 싫어하는 여자’ 같은 가십거리였는데 그 내용보단 오히려 ‘30대가 되면 확고한 어떤 좋고 싫음이 생기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요새 드는 생각이 그렇다. 남들의 취향에 맞춰서 포장하는 것이 피곤하다고 느껴지고, 썩 그렇게 멋지진 않다고 느껴진다. 누군가에게 하루를 말할 때도 솔직하게 얘기한다면 상대가 조금은 나를 찌질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그런게 전혀 나한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느껴진다. 오히려 그런 얘기를 해야 진정한 이해와 공감을 받을 수 있다고 느껴진달까. 그래서 예전엔 명상한다, 책읽는다, 일기쓴다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요새는 그냥 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라는 걸 조금은 드러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평소 행실에서 보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의 일관성을 지켜주려 굳이 숨고 싶지는 않다.


7시쯤 운동을 하면 오늘 할일은 다 하는 것이다. 그전까지 책 펴놓고 힐끔거리면서 휴대폰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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