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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Feb 20. 2021

이케아를 다녀왔습니다.

코인도 조금 사봤구요.

어제 새벽이 되서야 잠이 들었는데 이상하게 아침 일찍 잠에서 깼다. 9시쯤이었나. 눈이 뻑뻑해서 인공눈물을 두방울 씩 넣었다. 그랬더니 잠이 완전히 달아나버려서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일찍 하루를 시작했다. 


평소에도 아침 밥을 잘 안 먹는데 주말이라고 배가 고플 리가 없었다. 그래도 뭐라도 먹을까 하고 거실로 나가보니 가족들도 아직 다 자고 있는 모양이었고 딱히 먹을 것도 없어서 물이나 한 잔 마시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휴대폰이나 보다가 별 생각 없이 코인 장이 어떤지 봤다. 알트코인 몇개 샀다가 크게 데인 적이 있어서 잘 들여다보지 않는데 오늘따라 묘하게 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결국 또 발을 들이고 말았다. 이번엔 제발 익절할 수 있기를. 코인장을 보고 있으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벌써 11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마침 가족들도 하나씩 일어나는 거 같아서 다시 거실로 나가보니 엄마가 혹시 밥 먹을 거냐고 물었다. 뭐 해먹긴 귀찮아서 라면을 하나 끓여먹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이제부터야말로 계획했던 주말을 보내야했다.


원래 오늘은 가족들이랑 쇼핑을 가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는 다음주에 가자고 했다. 나도 조금은 나가기 귀찮은 마음이 들었었는데 퍽 잘 됐다고 생각했다. 막상 집에 있자나 할 게 없었다. 누워서 책을 보다가 방이 조금 어둡다는 생각이 들어 커텐을 젖혔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나가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평소부터 장스탠드가 하나 갖고 싶었다. 오늘 그거나 사러가야지. 우선 어디서 파는지 알아봐야했는데 무턱대고 집근처 대형 백화점으로 갔다. 뭐든 팔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안팔더라. 일반 스탠드도 팔고 협탁도 다 파는데 장스탠드만 없었다. 적당한 게 있으면 바로 살생각을 하고 나온거라 왠지 아쉬움이 남았다. 광명으로 가자. 그래 광명으로 가자. 한번도 안 가본 이케아가 갑자기 가고 싶어졌다. 


검색해보니 그리 멀지도 않았다. 20분 정도 걸렸나. 간만에 동네를 벗어나는 것 같아서 여행가는 기분이 들어 릴러말즈의 trip을 크게 들었다. 배낭매고 여행이나 갈까. 노래가사가 참 마음에 든다.


멀리서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이케아는 참 푸른 색이었다. 산뜻한 기분이 들게해주는 파랑색과 노랑색의 조화. 기분이 좋아졌다. 주차장을 들어가기 전까진 그랬다. 아니, 이케아는 그렇게 큰데 왜 주차장은 왜 그렇게 작은거야? 두어바퀴를 돌아보아도 영 자리가 안나는 참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옆에 롯데몰이 있으니까 거기다 주차를 하고 오자. 주차비는 롯데몰에서 옷 하나 싼 거 사면 공짜로 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롯데몰은 자리가 넉넉했다. 가뿐히 주차하고 이케아로 들어갔다. 


이케아는 진짜진짜 컸다. 그리고 진짜 재밌다. 뭔가 그 인테리어가 주는 설렘이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풍기는 분위기가 모두 생활력이 넘쳤다. 나도 그랬다. 조명만 사면 되니까 금방 보고 나올 줄 알았는데 재미가 들어서 한 2시간? 3시간 가까이 거기에 있었던 것 같다. 조명 앞에서 선택장애가 와서 몇번을 고민하다가 사람들이 제일 많이 사가는 것 같은 걸로 샀다. 보통의 경우 다수가 나보다 똑똑하니까. 그리고 또 침대 옆에 둘 보조테이블이 갖고 싶어져서 둘러보다가 결국 못 고르고 전자시계만 하나 사가지고 나왔다. 나가는 길에 또 창고처럼 물건들이 쌓여있어서 구경하면서 둘러보다가 이상한 카트 하나를 살 뻔 했다. 홀린 듯 집어서 계산대 앞까지 갔다가 정신차리고 제자리로 갔다놓고 나왔다. 


왼팔 겨드랑이에 장스탠드를 끼고 오른손에 전자시계와 전구를 들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그리 멀지는 않았지만 이케아 주차장을 가는 것보단 역시 귀찮았다. 통로가 연결되어 있어서 망정이지 밖으로 돌아가라 했으면 중간에 두어번은 쉬어야했을 듯. 차에 물건을 실어놓고 다시 롯데몰로 들어갔다. 주차비를 대신 할 만한 뭔가를 사야했다. 솔직히 주차비를 내는게 더 싸겠지만 어차피 옷도 사려고 했으니까 이건 합리적 소비에 가깝다고 본다.


처음엔 일층에 있는 유니클로에 들렸다. 전에 OO이랑 같이 백화점에 갔다가 본 옷이 꽤 마음에 들었었기 때문이다. 사이즈를 맞춰보고 옷도 마음에 들고 가격도 마음에 들었는데, 사진 않았다. 상품권으로 구매하고 싶었는데 상품권 액면가의 60프로 이상을 써야 잔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권을 안 쓰고 살 수도 있었겠지만 그럼 뭔가 주차비와 등가로 교환하는 합리적 소비의 맥락에서 벗어난 거 같았다. 나는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사람이니까 다른 것을 사기로 했다.


당연 나이키를 갔다. 맘에 드는 항공점퍼가 있었지만 사이즈가 마음에 드는게 없어서 사지 못했다. 그리고 포기하고 그냥 유니클로 가서 아까 본 걸 사서 갈까하다가, 르꼬끄를 봤다. 르꼬끄에 대해 말하자면 마음에 드는 옷이 정말 없어서 진짜 쓰윽 다 훑어봐서 입을만한게 없기 십상인데 정말 가끔씩 '이거다.' 싶은 옷들이 나온다. 내가 원하는 분위기를 슬쩍 풍기면서 그 르꼬끄 로고가 유독 이쁘게 들어간 옷들이 있단 말이다. 그렇게 집어온 아이가 몇 아이가 있어서 나한테 은근히 만족도가 높은 브랜드였다. 긴가민가 하는 마음으로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봄 점퍼들 사이를 뒤적거리다가 빛을 보았다. 이 녀석이다. 내가 오늘 아침 일찍 눈이 깬 이유, 코인이 사고 싶었던 이유, 오늘 날씨가 좋았던 이유, 장스탠드가 갖고 싶었던 이유, 이케아를 가고 싶었던 이유, 유니클로와 나이키에서 수확이 없었던 이유. 이 녀석이다. 사이즈도 핏도 옷감도 두께도 모든게 완벽했다. 심지어 가격도 상품권 액면가에 따악 맞았다. 오늘 하루는 완벽한 하루였다. 사실 옷 살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역시 나는 럭키가이.


주차 영수증을 받아서 내려오면서 오늘 이케아를 오길 참 잘했구나 싶었다. 주차를 롯데몰에 하길 얼마나 잘했는지. 집에 가서 옷장에 걸어놓고 내일 출근할 때 입어야지. 아 그리고 주차비 검사는 안하더라. 공짜로 주차도 하고 이쁜 옷도 사고 개이득. 어쨋든 합리적 소비, 개이득.


코인은 한참 떨어졌다가 밤에 겨우 본전와서 0.8프로인가에 익절했다. 알트코인은 사는 거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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