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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Apr 25. 2021

20대의 인간관계

자주 보는 유튜버 중에 런업이라는 유튜버가 있다.

정말 우연한 기회로 보게 되었는데 이 유튜버는 그 이전에 또 나와 우연한 인연이 있다.


이 유튜버를 접한 건 순전히 알고리즘의 영향이었다. 한창 브이로그들을 즐겨보던 나는 브이로그 유튜버들을 줄창 봤었다. 그러다 런업을 만났다. 자동적인 클릭이었다. 혼자 밥을 먹던 중 자동 재생 추천이라고 해야할까, 추천 목록 같은 것에 런업이 떴고 습관적으로 재생했다. 전자담배 아니면 전동보드 관련된 영상이었던 것 같은데 한창 내가 그런 것들에 관심이 많은 시기였으니 어쨋든 둘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한 3년 됐나.


와, 나 고딩 때 영어 쌤이네. 진짜 어메이징한 만남이었다. 첨엔 인식도 못했다. 그러다가 문득 '이 사람 어디서 많이 봤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름이 쫙 돋았다. 와 이 쌤 유튜버임?


고딩 때 오래 다녔던 학원 선생님이었다. 아 진짜 이 쌤에 관해서, 성공이라던가 패션이라던가 재밌는 얘기들이 좀 있는데 그건 나중에 차차 얘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 유튜버를 통해서 생각난 '20대의 인간관계'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한다.


런업이 진행하는 인터뷰 프로그램 같은 것이 있는데 이번에 나온 영상의 주제는 '인간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이건 진짜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민해보면 우주대주제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도 나는 27살이 되고 이런 종류의 고민에 대해 많이 소홀해졌구나 싶어졌다. 진짜 10대 전체, 20대 취업 전까지만해도 내 고민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주제였는데도 말이다.


영상을 보면서 되돌아보니 내 주변의 인간관계도 참 많은 사연들이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스쳐가는 많은 인연들과 그들과 나의 역사를 반추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참 많이 변했구나'라는 생각이었다.


내 10대, 20대의 지나간 시간들을 생각해보면 내 인간관계들 중 가장 많이 사그라들고 작아진 관계들은 내가 중심이었던 관계들 같다. 내가 중심인 관계인 만큼 나 혼자서 끊어내도 쉽게 끊어질 수 있었던 관계들은 내 자기중심적인 성향 탓인지 게으른 성격 탓인지 이제는 다시 연락하기도 쉽지 않은 인연들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건 내가 유난히 주변으로 머물렀던 관계들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길게 남은 인연들은 그런 밸런스가 잘 맞았던 사람들 같다. 많이 다투고 마음도 상하고 거리를 유지하기도 하고 다시 가까워지기도 하고 하는 사연들 속에서 어쩌다 살아남은 인연들. 나는, 줄곧 그렇지 못하고 멀어진 사람들에 대해 자연사한 인연들이라 표현하고 하는데, 인간관계란 것이 결국 그런 것이 자연스러운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인연들이 겨우 우리와 같이 나이 들어가는 것이다.    


런업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는 그런 관계들의 생사가 이제는 정리된 듯 것 같다. 어떤 인연은 이어지고 어떤 인연은 쉽게 죽어버린다. 하지만 나의 나이에서, 나는 아직 갈피를 못 잡는다. 20대로 아직 남아있은 절차이기도 하고 오히려 그래서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의 인간관계에 대해 '아직은 리뉴얼' 중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친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멀어지기도 하면서 이유를 전혀 가늠할 수 없기도 하고, 오히려 먼 사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급격히 가까워지기도 한다. 이게 나는 테스트모드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과 이득, 공과 사, 이성과 본능 같이 딱 떨어지지 않는 조건들 속에서 주변 사람들끼리 간을 보다보니 이런저런 관계들이 뒤엉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게 좋은건지 아닌건지는 모르겠다.


나는 어쩌면 언제든 멀어질 수도 있는 사람들과 매우 가깝게 지내는 중이다.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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