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길
어제까지만 해도 오늘이 수능이라는 사실은 그저 내가 얼만큼 나이 먹었나를 상기시킬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 퇴근길에 버스마다 붙은 경유 시험장 안내문을 본 순간 갑자기 내가 수능을 보는 것처럼 긴장이 됐다.
10년 전 그 아이는 무엇을 꿈꾸며 시험장에 들어갔었나, 기억나지도 않을 만큼 많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 날의 분위기만은 남아있다.
해 뜰 녘 아직은 그래도 어두운 하늘과 그에 대비되는 밝은 내 방과 부엌에서 느껴지는 엄마의 분주함, 유난히 쌀쌀한 아침 공기와 왠지 모를 비장함과 날 선 부담감, 그리고 마침내 시험 직전의 그 들뜬 고요까지.
곧 버스 안에 가득찰 학생들을 상상해봤다. 다들 화이팅.
-2022.11.17. 0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