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 Nov 29. 2022

제목없음 일상

: 2022. 09. 27.


어제의 게으름을 반성하려 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났다. 오늘은 점심에 집 밖으로 나서 혼자 외식을 하고 이후 근처 쇼핑몰을 들를 계획이었다. 


열시 경 일어나긴 했는데 침대 위에서 밍기적거리다 보니 집에서 나올 땐 이미 열두시가 넘어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하루 시작이 빠르네, 햇빛이 가을답지 않게 뜨거웠다. 


어디로 가서 밥을 먹을까 하다가 최근에 생긴 근처 푸드코트 식당을 갔는데 하필 오늘은 장사를 안 한다고 했다. 배달은 하는거 같던데...그냥 무시하고 위층 닭갈비 집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쇼핑을 하기 전에 어디서 커피를 사갈까 하다가 마침 빽다방 커피쿠폰이 있어 빽다방으로 갔다. 회사에서 커피 심부름을 할 때마다 포인트를 모아 받은 쿠폰이었다. 심부름 가는 것도 억울한데 이런 거라도 잘 모아둬야지, 덕분에 가끔 이렇게 공짜 커피를 먹는다. 


커피를 마시며 쇼핑몰로 갔다. 기본템 수준의 청바지가 조금 해져서 이번에 새로 사면 좋을 것 같았다. 아까 밥 먹으면서 봤던 유튜브 영상에서 추천해준 유니클로 신상들도 같이 둘러봤다. 마음에 드는 옷을 몇 개 집어 피팅도 해봤다. 분명 기본 청바지 한 두 개나 사갈 생각이었는데 바지 3개랑 셔츠 하나, 해링본 자켓까지 한 벌 샀다. 어쩌다보니 가을맞이 쇼핑이 되어버렸다, 꽤나 합리적 소비일지도.


집에 들어와 오늘의 하이라이트, 여름 옷 정리를 시작했다. 근데 오늘 좀 덥던데, 싶었지만 기왕하기로 한 거 하기로 했다. 곧 추워지겠지 뭐. 


일은 숨어있는 겨울 옷들을 찾아 꺼내고 여름 옷들도 다 꺼낸 후에 그 자리에 겨울 옷들을 채워넣고 다시 옷박스에 여름 옷들을 정리해 잘 안 보이는 곳에 숨겨놓는 순서로 이루어지면 됐다. 그런데 여름 옷보다 두꺼운 겨울 옷들을 빈 옷장에 넣으려니까 공간이 부족했다. 일단 옷이 많았다. 우선 옷걸이들이 더 필요할 거 같아 옷걸이들을 가지러 세탁실로 갔다.


웬일, 거기에 있던 안 쓰던 행거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게 통찰력 또는 관찰력 같은 건가. 대충 쓱쓱 닦아서 방으로 가져와 설치를 했다. 사이즈가 아주 딱이었다. 행거에 높게 옷들을 걸고 그 밑 빈 공간으로 서랍장을 넣으니 딱 들어맞았다. 이게 일상에서의 성공경험 같은 건가.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느낌이었지만 옷 정리를 끝내니 기분이 좋아졌다. 어제의 죄책감을 씻어낸 기분이 들어 정리된 방처럼 마음이 깔끔해졌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해보니 내가 집안일이 꽤 잘 맞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를 해야지 속이 풀리는데 딱 그런 게 집안일만한 게 없다. 회사일도 썩 성에 안 차는데 전업주부도 나쁘지 않겠어, 라는 생각을 했다. 내친 김에 방 청소도 하고 쓰레기도 비우고, 정혜네 집에 가서는 빨래도 하고 설거지도 했다. 정말 정말 전업주부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활감? 나쁘지 않아.

작가의 이전글 새로운 취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