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가 독립을 했다.
청소를 하고 주방살림을 채우고 침실 가구들을 들이고 행거를 조립하고 식탁을 수리하고 남은 짐을 옮기고 장을 보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잠을 자고, 정혜와 나는 거의 같이 생활하며 빈 집을 조금씩 채워나갔다. 집이 정돈되어갈수록 정혜는 뿌듯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기분 좋아 보이는 정혜를 보면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정혜는 독립 전 꽤나 불안해했다. 집을 계약하고나서도 그리고 이사하는 당일까지도 이게 맞는 일인지, 그냥 부모님 집에 더 붙어있을 것 그랬다며 앞으론 돈도 더 못 모을테고 무엇보다 집에서 혼자 잠은 잘 잘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했다. 그럴 때면 나는 내가 자주 와있겠다며 아예 같이 살림을 차리자며 오바를 떨며 정혜를 달랬었다.
그러던 정혜가 집이 조금씩 정돈되어가자 불안도 같이 정리하기 시작했다. 집에 정혜의 손길이 닿은 곳이 늘어갈수록 정혜의 마음도 위로되는 것 같았다. 입주청소가 끝나고 가구들이 들어오고도 여전히 혼자 잘 살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어리광을 부리던 정혜가 오늘은 이제는 집에 정이 좀 간다고 안도하며 말했다.
정혜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삶을 잘 꾸리고 밝은 생활감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아침이면 활기차게 일어나 뚝딱뚝딱 출근을 하고 퇴근하곤 느긋한 마음으로 샤워를 마치고 좋아하는 것들로 저녁시간을 보내다 포근한 잠에 들기를, 황금 같은 주말에 밀린 집안일을 해치우면서도 열의 있는 생활을 이어가기를, 그렇게 언제나 밝은 햇빛과 보드라운 이불 같은 하루를 보내기를.
그런 정혜를 상상하고 바라고, 그런 나를 상상하고 바란다.
-2022.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