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07. 06.
뉴스에서 다음 주에 독한 집중호우가 예상되어 기상청이 정례 브리핑에서 매우 이례적인 걱정을 보였다고 했다. 장단을 맞추는 듯, 창 밖에서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바람도 많이 부는지 건너편 옥상 위 풍향계가 떨어질 듯 흔들거린다. 벌써 장마철인가.
몸이 쳐지고 감정이 과하게 차분해지는 게 이제 진짜 여름인가 보다. 나는 여름이면 항상 날씨처럼 혼란스럽다. 여름은 시끄럽지만 또 기분 나쁠 만큼 조용하다.
창 밖에 풍향계 다리가 달달 떨리는 듯하다. 저러다 부러지진 않을까. 저런 게 소리 없는 아우성 같은 건가. 바람 방향이 바뀌었는지 풍향계 머리가 내 쪽을 바라보고 섰다. 창문에 녹슨 비명이 부서지는 상상을 했다.
여름은 불안하다. 장마전선과 태풍, 무더위, 열대야, 다시 비바람, 자비 없는 폭염 그리고 남는 습기와 땀. 온갖 것들이 번갈아가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시끄러운 더위와 조용한 비바람에 감정도 따라서 참 끈적하고 퀴퀴해지고 불쾌와 무기력, 우울감, 찝찝함, 답답함이 몸에 축 들러붙는다. 묵직한 더위와 축축한 비바람 속에서 감정은 그렇게 금세 부패하고 곰팡이가 슬고 만다.
날씨 따위에 동요하고 싶지 않은데 내 마음은 유독 여름이면 위태롭고 불안해진다. 생각이 많아지고 웃는 일이 줄어들고 사람 만나는 일이 버거워지고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건 역시 비가 많이 오기 때문이고 너무 덥기 때문이다. 여름의 날씨는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고 과도한 차분함은 종종 독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