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 Nov 29. 2022

일하다 든 고민


나의 일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경찰 일을 하면서 경찰이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고민이 들 때가 있다. 일반인들의 시각에서는 경찰은 사회질서와 치안을 유지하는, 그런 그럴싸한 직업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직접 이 일을 하다보면 정말 내가 하는 일이 그런 거창한 일일까 의문이 들곤 한다. 경찰관의 일상은 너무나 사소하고 동시에 생경하다. 휴대폰 점유이탈횡령, 신발 절도, 자전거 절도 등 소액사건, 보호조치 명목의 주취자 관리, 자살예방, 실종자 등 생경한 일들이지만 실상은 우리의 매일에서 사소하게 반복된다. 내가 너무 익숙해져버린걸까.


조금 멀리서 바라봐보자. 나에게는 일상적인 일들이지만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일생에 한두번 있을까말까한 일이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내 입장에서 아무리 별일 아니라고 해도 그 당사자들은 매우 당황스러운 일인 것이다. 나의 일은 그들을 달래주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주취자 문제는 어떨까. 술을 좋아하는 나의 입장에서 상상해보기로 했다. 내가 만약 술에 취해 길바닥에 뻗어있는 것을 경찰이 구해줬다고 상상해봤다. 경찰이 꼭 있어야겠다고는 생각이 든다. 물론 상습주취자들이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의미가 생기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엔 다 같은 주취자들 같아 보이지만, 막상 그들은 일생에 몇번 있을까 말까한 일일테니까 말이다. 그들에게 나는 생명의 은인 같아 보일까. 약간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나의 일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남들을 돕는 직업이라는 가치. 그걸 한동안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신고를 나갈 때 '뭐 이런 걸로 경찰에 신고를 해? 이것도 우리가 할 일인가?' 싶을 때가 있다. 이제는 얼마나 급했으면 신고했을까, 내 일은 아니지만 도와줄 수 있는데까지는 도와줘보자' 라고 생각해봐야겠다. 물론 그게 쉽지는 않겠지만. 가끔 신고 중에는 자기가 해야할 일을 우리에게 떠넘기거나 우리를 마치 하인 부리듯 부리려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나름 호의를 가지고 봉사하는건데 그게 권리인 줄 아는 것이다. 사실 우리 일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기도 어렵다. 워낙 경찰이 개입하는 영역이 많다보니 웬만한 일들은 다 해주고 마는 것 같다. 그냥 생각을 바꿔야하나. 


나는 국민의 심부름꾼 같은 것이다. 이게 좋은 뜻인지 나쁜 뜻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찾은 우리 일의 의미는 결국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 그 뿐이다. 심부름꾼이면 좀 어때, 이 일 저 일 따지면서 불만을 갖을 바엔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게 나을 것 같다. 어차피 경찰의 역할 같은 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까.


일의 의미를 고민하는건 결국 경찰의 역할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다. 회의감이 드는 신고들도 있다보니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받아들이자, 그게 낫겠다. 

작가의 이전글 왜 책을 읽으라고 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