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읽고 쓴다

그 프로젝트가 망한 이유

리더를 위한 소통 전략

by 누가


정대리는 빡쳤다. 유차장 때문이다. 아이디어 좋다고 A 업무를 맡길 땐 언제고, B 업무가 자기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으니 이보다 더 무능할 수 없다는 듯이 모두 앞에서 망신을 주지 않겠는가. 집에 가서 맥주 한 캔 마시고 싹 다 잊으면 좋겠지만, 쉽지가 않다. A부터 Z까지 잘하면 왜 회사에서 월급이나 받아먹고 있겠는가. 나가서 사업하지. 그러는 유차장은 다 잘하는지 묻고 싶어진다. 가서 뺨이라도 한 대 때려 주고 싶지만 그래 봤자 자기 손해다. 해소할 길이 없으니 대신 이런 저런 상상을 한다. ‘와, 미친...! 지나 잘할 것이지.’, ‘언제 야근하다가 저 인간 칫솔로 변기 청소를 해야지’, ‘컴퓨터에 바이러스나 심어 버릴까 보다’, ‘삐-로 삐-해서, 삐-해 버려.’ 같은. 소원이 하나 있다면 프로젝트가 망해서 책임자급인 유차장이 자리를 내놓고 나가는 것이다.


출처: 무한도전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잦은 빈도로 유차장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당신도 언젠가는 유차장 같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유차장 같은 사람과 정대리처럼 느끼는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이 일에서 만큼은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을까? 각자 최선의 아이디어를 내고 협력해 가면서 말이다. 아마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런 건강치 못한 조직은 생각보다 흔하다. 전국의 유차장들은 무능력한 정대리가 언제 그만 두나 목을 빼고 기다린다. 정대리들은 네가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는 취급에 마음을 닫는다. 건강치 못한 조직 문화를 희화화하고 웃어넘길 줄 알아야 진짜 사회생활을 아는 거라며 ‘사회생활의 쓴맛’ 운운하는 사회 분위기에 전국의 정대리들은 오늘도 ‘내 탓이오’를 연발한다. ‘한 가지만 묻자. 만약 저 정대리가 당신의 엄마, 남편, 부인, 아들이라면? 그래도 “네가 참아.”라고 할 것인가? 서로 마음을 닫는 이러한 소통 형태는 바뀌어야 마땅하다.

출처: 기억이 안 난다!

『상자 밖에 있는 사람』은 ‘잘되면 내 탓, 안되면 남의 탓이 만연한 여러 조직에 건강한 소통의 의미를 알리고, 더불어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이다. 『상자 밖에 있는 사람』에서 말하길 잘못한 사람은 유차장도 정대리도 아니다. 문제의 시발점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또 내 잘못이냐 가슴을 치기 전에 이 책에서 말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몇 가지 알아보자.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이다. 그리고 문제는 누구에게나 있다. 이 두 가지가 기본 전제이다.


출처: Pixabay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상자에 갇혀 그 안에서 밖을 내다본다. 실수를 저지르면 내가 한 잘못은 별 것도 아닌데 저 사람이 속이 좁아 화를 내는 것이고 혹은 이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이렇게밖에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어떤 일의 결과가 좋으면 자신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거나 인정하지 못하고 상대방이나 환경 탓으로 돌려버리는 것이다. 상자 안에 있으면 타인을 이해해야 할 한 인격체로 대하지 않고 대상화하게 된다. 나와 타인을 완벽히 이분해 버리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타인을 존중해야 할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타인이 당신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인정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우리는 어쩌다 이런 바보 같은 상자를 뒤집어쓰게 되는 것일까?


자기배반 때문이다. 자기배반은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자기배반을 하면 내가 왜 그 일을 하지 않았는지 정당화하기 위해 현실을 왜곡되고 편향된 시각으로 보기 시작한다. 그 왜곡되고 편향된 시각이 자기가 뒤집어 쓴 상자가 되는 것이다. 나는 고양이를 키운다. 야행성이다 보니 새벽 5시만 되면 간식을 달라고 머리맡에서 노래를 부른다. 잠귀가 밝은 남편은 웬만한 소리를 나보다 잘 듣는다. 하지만 이 때 만큼은 두 눈 꼭 감고 잘 잔다. 이미 잠이 깬 마당에 일어나서 얼른 주고 바로 다시 자는 게 가단 1분이라도 더 잘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이겠지만, 이런 식으로 쌓여온 날들을 생각하면 어쩐지 억울해 몇 분간 갈등을 한다. 갈등을 인지한 순간에도 결코 늦지 않았지만 오늘 만큼은 남편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도 안 일어나고 버틴다. 내가 회사도 더 멀고, 잠도 덜 자는데 직장이 코앞인 남편이 일어나 주었으면 좋겠다고. ‘내가 남편을 위해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 남편이 좀 더 잘 수 있게 내가 일어나서 고양이 간식을 주는 것’을 하지 않기로 하는 순간, 마음속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마구 일어나기 시작한다. ‘나는 희생자야. 내가 여태까지 얼마나 내 고양이를 많이 돌봤는데. 이 게으름뱅이. 나를 배려해주지도 않고. 지금도 깨어 있으면서 자는 척을 해?’ 일단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니 남편에게 점점 불만이 쌓이고, 이것과 상관없는 다른 모든 일에서까지 ‘당신이 그러면 그렇지.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어.’ 하는 확증 편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의 마음가짐을 과연 남편이 모를까? 결국은 안다.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자기실현적 예언’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함께 상자를 뒤집어쓰는 것을 이 책에서는 공모라고 했다.


잠깐 잠깐! 갈 데까지 가기 전에 리와인드해 보자. 고양이가 내 머리맡에서 일어나라고 노래를 부르는 그 때로 말이다. 일어나서 얼른 주고 다시 누웠다면 내가 이렇게 억울해하고 남편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을까? 그냥 ‘하, 피곤해 정말.’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다시 곤히 잤을 텐데 말이다. 그렇다. 내가 가장 적당한 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배반하기로 선택하면서 부정적인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나의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설사 내가 잘못해 일을 그르친다고 하더라도 그건 결코 내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않았으며, 남의 탓으로 돌려 하찮은 변명을 늘어놓기에 바빴습니다. 그런 내 모습에 다른 직원들도 거기에 감염되어 끊임없이 자기 변명을 하게끔 되었죠. 일종의 공모가 발생하게 된 겁니다. 자기배반에 대해 아주 사소한 자기 정당화를 필요로 하는 직원들은 사장인 나에게서 다양한 형태의 변명을 모습을 발견할 수가 있었어요. 그래서 회사가 달성해야 할 성과에 대한 책임을 내가 맡으며 맡을수록, 직원들은 더욱더 내가 자기들을 못미더워 하는 걸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온갖 방법을 통해 저항해왔죠. 창의성 같은 건 다 포기하고 주어진 업무만 겨우 단순하게 처리하기로 했으며, 결단을 필요로 하는 주요한 일은 모두 고스란히 나에게 떠맡기기도 하더군요. 또 다른 직원들은 무리지어 회사를 떠나기도 했어요. (pp. 205~206)


회사 사람들은 경쟁 상대가 아니다. 하나의 목표를 추구하고 결과물을 내기 위해 협력해야 하는 소중한 동료들이다. 생각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데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일을 더 크게 만들지 않고, 이성적으로 해결하는 법은 있다. ‘이성적인 방법’이 곧 ‘감정 배제’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감정적이어야 한다. 그들이 나와 같은 욕구를 가진 인격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무능력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강점을 발휘할 기회를 막는 당신의 언행이 조직을 망친다. 상자 안에서 내가 잘했네, 네가 못했네 해 봤자 서로에게 가 닿지 않는다. 일단 상자에서 걸어나와 다른 사람이 한 잘못이 아니라 자신이 그들을 돕기 위해 할 올바른 행위가 무엇인지 생각하라. 당신의 그런 마음가짐을 알아챈 상대방은 역시 알아서 자기 상자에서 걸어나올 것이다. 조직적인 차원에서 각자가 존중 받고 있다는 인식을 할 때 그들은 자기가 가진 강점을 최대한 발휘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이익 창출로 연결이 된다.


책의 내용을 간추려 주는 명언으로 글을 맺는다.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될 것이다.”



마치며...

정신교육을 위한 끝없는 수수께끼 놀이 같은 구성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쩌면 훨씬 간단하게 말할 수도 있었던 내용을 더 헷갈리게 만드는 구성이었다. 그리고 좋은 뜻은 알겠지만 인간은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



#씽큐베이션#인간관계#사회생활#마음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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