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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가 Aug 26. 2019

어떤 미래

어떤 미래. 이 나라에서는 각자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국가운영시스템인 시빌라 시스템이 알아서 적재적소에 일자리를 지정해 주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심리상태를 측정 받는데 이것은 범죄 계수로 바뀌어 측정 대상이 선한지 악한지, 잠재적 범죄자인지 즉결 처분 대상인지가 모두 실시간으로 측정다. 까딱 잘못하다가는 변명 한 마디 못해 보고 저 세상행이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선량한 시민만 남아서 모여 사는 나라, 내가 내 적성 고민할 것 없이 정년이 보장된 직장에서 할 일을 하고, 집에 돌아가 얌전히 지내기만 하면 별 일 없이 지내다 죽을 수 있는 나라. 어떤가,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 애니메이션 「PSYCHO-PASS(사이코패스)」 속 2110년대 일본의 모습이다.



영화 속 개인은 안전한 국가에 살 권리와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수단을 나라로부터 보장받는 것 같다. 언제 어디서 내 목숨이 위험해질지 모르고,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으며, 취업 걱정에 한숨 푹푹 내쉬는 이 시점에서 보자면 어떤 점은 부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은 좀체 들지 않는다. 왜일까? 그 속에 ‘나’가 없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는 국가의 힘이 지나치게 커져 있다. 정해놓은 기준보다 조금 더 튀면 금세 감시와 관리의 대상이 되고 만다. 안전한 나라에서 평생 급여를 보장 받는 대가로 나의 심리를 벌거벗겨 드러내어 놓아야 하고, 기준에 미달하는 사람들은 죽어 마땅한 자나 버러지로 보는 사회에서, 나의 삶이 행복할 거란 생각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은 자유는 주어진 자유뿐이고 개인이 쟁취한 것은 없다. 존 스튜어트 밀은 그의 저서 「자유론」에서 사회가 개인에 대해 강제나 통제를 가할 수 있는 경우를 최대한 엄격하게 규정하고자 했다. 그는 개인이 다른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지 않는 한, 각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자유가 있다고 말한다. 이 자유는 생각과 표현, 집결의 자유까지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이 자유는 때때로 침해당한다. 다수의 횡포 때문이다. 집단적 사고에 함몰된 개인은 자기가 속한 집단의 생각이나 결정이 옳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멍청한 결정을 하는 다수가 모이면 더 멍청한 결정을 할 뿐이다. 자신이 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개인이 되었을 땐 반대 입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곧잘 잊는다. 아무리 다수가 모였다고 할지라도 인간은 흠결 없이 합리적인 사고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천동설과 지동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옳다고 믿는 현재는 언젠가는 과거가 되어 부정될 것이다. 지금 이 때에 조금이라도 더 옳은 결정이기 위해서는 흠결을 보완해야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선 언제나 자신이 한 결정을 의심하고 심판대에 올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저자에 의하면 인간이 지금 이 순간 내리는 판단의 힘과 가치는 판단이 잘못되었을 때 그것을 고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했다. 어떤 때는 나의 구멍을 메우는 것이 소수일 수도 있고, 나의 적이 한 말이 정답일 수도 있다. 다수의 힘에 의해 개별성이 무시되는 사회에서는 그 어떤 뛰어난 사람도 맞장구나 치다 말 것이고, 그 사회는 변화를 꿈꾸지 못할 것이다. 나의 자유가 남이 자유를 추구할 권리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내가 절대적으로 옳다는 태도로 남의 자유로운 생각을 할 권리까지 침해해선 안 되는 것이다. 칸트 역시 남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기 자유를 확장하는 것이 자유의 법칙이라고 말했다.



나의 자유는 내가 남의 자유를 보장할 때 그 안에서 잉태되는 것이다. 나는 '어떤 미래'를 이 세상에 나게 할 것인가?





#체인지그라운드#씽큐베이션#행복으로가는길#자유론#독서#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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