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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가 Sep 17. 2019

책 읽는 사람이 행복하다



얼마 전까지 나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10대에는 풍족하지 못한 환경 때문에, 20대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남과 비교한 나의 처지 때문에 우울해 했다. 30대는 그보다 좀 복잡했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나는 정체되어 있었다. 동료보다 조금이라도 잘나야 은퇴 전까지 무사히 먹고 살 수 있을 텐데. 회사에 있는 시간은 항상 불안하고 우울했다. 비교, 경쟁은 물론이고 전심전력을 다하지 않았던 날들-누적된 자기만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 그런 것들에 사로잡히자 앞이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무기력한 날들이었다. ‘포기할까?’ 우울감이 덮쳐올 때면 자기구제를 해보려는 노력은 조금도 하지 않고 스스로를 방치했다. 좁은 시야와 얄팍하기 짝이 없는 지식으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나만의 세계에 들어앉아 겁먹은 밖을 내다보았다. 그 때엔 모두 내 욕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열심히 하거나 잘한 것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았다. 직장이 너무 중요했다. 멘탈이 쉽게 나가고 회복까지 오래 걸렸다. 이게 독서를 시작하기 전, 서른넷까지의 내 모습이다.



<행복의 정복> 저자인 버트런드 러셀은 불행이 대부분 세계에 대한 그릇된 견해나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사건 하나 없이 우울해 했던 그 날들을 돌이켜 보니 버트런드 러셀의 책 <행복의 정복> 제 1장에 나온 ‘행복이 당신 곁을 떠난 이유’ 속 불행한 사람들의 모습과 꼭 맞아 떨어진다. 그가 꼽은 불행한 사람의 특징 중 다른 하나는 기분이 좋은 상태만을 좇는 것이었는데, 내가 딱 그짝이었다. 나는 어떤 만족도 추구하지 않고 기분전환만을 하려고 했다. 잠시 동안의 기분전환 뒤에는 언제나 허망함이 뒤따랐다. 엉망으로 시간을 보낸 내 자신이 싫어 다시 나를 외면하는 시간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리고 2018년이 저물던 어느 날인가 문득, 나는 내 생각 없이 조그만 바람에도 흔들리는 사람이 되어 있음을 느꼈다. 그때 우연히 기회가 닿아 만난 분이 신박사님이었고, 흔들리는 나를 잡아준 것이 책이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의심스러웠다. 책마다 마인드셋을 바꿔야 한다는 말들이 비슷하게 반복되었다. 생각 바꾸기 연습이 덜 되어 있었던 초반에는 그런 말들이 모두 평범한 사람들에게 책을 팔아먹기 위한 상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가만 보니 그런 생각이 드는 날의 나는 그저 누워 뒹굴 거릴 뿐이었다.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었다. 적어도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을 하고 나서 그런 말을 해야 맞았다. 다시 낮은 자세로 돌아가 책 한 권 한 권이 스승이라는 생각으로 말을 담았다. 그렇게 독서를 한지 9개월 정도 되었다. 일 년이 되지도 않았고, 100권의 책을 읽은 것도 아닌데 지금 이 시점에도 내 자신이 예전의 나와 달라진 것을 느낀다. 책은 도끼라고 하는데, 맞는 말인 것 같다. 다만 내 경우엔 그 전까지 달려 있던 내 머리를 쳐내고 아예 바꿔 준 것 같달까. 이십 대에 트였어야 할 생각의 물꼬가 이제야 트인 것이다. 내가 생각을 바꾸는 데에 도움을 준 책들과 그 책들을 읽으며 얻어 나온 생각을 적어 둔다. <행복의 정복>은 지금까지 내가 읽어 온 행복론을 모두 아우를만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2기 모임을 마무리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이런 내용의 서평을 쓰는 것은 그래서이다.






· 사람은 생각하고 행동하는 대로 변할 수 있다. - <죽음의 수용소에서>, <완벽한 공부법>

·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 - <12가지 인생의 법칙>

· 평균적으로 잘났거나 평균적으로 못난 사람은 없다. 저마다 강점과 약점이 있을 뿐이다.

- <평균의 종말>

· 재능 탓하지 마라. 의식적으로 소비하고 바르게 연습하라. 푹 빠져서 실패마저 즐기다 보면 어느 경지에 이를 수 있다. -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 스트레스를 역으로 이용하면 힘이 된다. - <스트레스의 힘>

· 연대가 추진력을 실어준다. - <자유론> 외 거의 모든 책

· 완벽히 한 가지 속성을 지닌 가치는 없다. 양가적인 것들의 비율 문제이다. - <데미안>

· 화를 내지 않으면 화가 나지 않는다. - 어떤 책에서 보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음.

· 목표와 계획, 행복은 구체적이며 실현 가능한 것들이어야 한다. - <완벽한 공부법>, <행복의 기원>

· 상자 밖으로 나와서 자기 객관화를 하고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라.

- <상자 밖에 있는 사람>

·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그리고 지금 맞는 것이 미래에 또 틀릴 수 있다.

- <자유론> 외 거의 모든 책

· 나의 행복이 증대되면 내 주변의 사람들도 행복하고, 그것은 다시 내게 돌아온다.

- <개인주의자 선언>, <행복의 정복>


그리고 이 책에서 나온 팁 몇 가지를 여기 보태어 기록해 두려고 한다. 말은 내가 좋을 대로 조금 바꾸었으니 제대로 알고 싶은 사람은 <행복의 정복>을 읽어 보면 되겠다.


· 아무리 운이 나빠도 늘 그렇게 많은 악당을 만난다는 게 가능할까? 모두가 너를 미워한다는 피해의식을 버려라.

· 감정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지 말고 언제나 팩트를 보려고 노력해라.

· 나의 내면에 골몰하는 것은 관두고, 바깥 세계에 폭넓게 관심을 두어라.






그저 꼰대질하는 문장들 같고, 저마다 힘든 정도가 다 다른데 허울 좋은 소리 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낱개의 문장들은 아무런 힘이 없다. 직접 책을 읽어야 스민다. 나의 경험과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접할 때 세계가 넓어진다. 나는 이제 새로운 책을 펼칠 때마다 조금 더 넓어질 나의 세계에 맘이 설렌다. 가슴이 뛴다. 나는 이제 지난날의 나를 안아주고 위로한 뒤 놓아줄 수 있다.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책 읽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이제 꽤 자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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