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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씀 Apr 27. 2018

미친놈, 그들의 사고방식.

인류를 위한 미래를 창조하는 사람들.

'장래희망'

방의 가구가 아니라 방의 일부가 되어버린,

이제는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린 듯한

오래된 장식장에서,

먼지가 수북히 쌓인

졸업 사진첩을 꺼내 든 느낌이 들었다.

내 인생에 이런 단어도 있었지 참.

나이를 조금 먹었다고 생각할 즈음,

문득 떠올린 '장래희망'이란 단어는

내게 무척이나 낯설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지금이 바로 어렸을 적 어른들이 말하던

'장래'가 되어버려서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희망'이란 단어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렸단 말인가.


남자들이라면 흔히

대통령, 축구선수, 의사, 경찰, 변호사 등등

장래희망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단골손님들을 기억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크게 한 몫하는

장래희망 직업 중 하나는 바로 '과학자'.

난 첫 기억이 시작된 네 살 때부터,

과학자 되는 것이 꿈이었다.

이 꿈은 부끄럽게도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결코 변하지 않고 있다(물론 필자는 문과생이다).

세상을 바라볼 때마다

무엇이든 내 호기심을 자극했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저 수많은 별들 어딘가에는

분명 나 같은 소년 하나가

꿈을 품은 채 같은 생각을 하며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문득 별이 반짝이는 이유는,

소년과 내가 운명적으로

눈이 마주쳐서 생긴

마법의 일종일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과학자라는 직업은 나를 묘하게 끌어당겼다.

발명품을 만들어 부자가 되는 발명가나

흰머리에 악랄하게 웃으며 눈이 보이지 않는 안경을 쓴 채 플라스크를 흔드는 그런 과학자가 아니라,

미래를 바꾸고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며

'한계'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거침없이 지워내 버리는

그런 사람들이 멋있어 보였다.

그들은 모두 아이 같은 상상력으로

미래는 이렇게 바뀔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 신념에 몰두하면서

그들의 터무니없는 '상상력'을

타고난 '통찰력'으로 탈바꿈시켰다.

모두가 팔짱을 끼고 혀를 끌끌 차며

힐난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을 때

그들은 방구석에 틀어박혀

자신들의 신념을 끝까지 지켜내다가

마침내 온 세상을 이롭게 했다.

그들의 미래를 먼저 바라다보는 통찰력과

남들의 의견에 끌려가지 않는 자신만의 뚝심,

결코 포기하지 않고 명석하게

계획을 수행하는 실행력,

그리고 자신들의 성취로 인해

사람들을 이롭게하는 그들의 인류애가 좋았다.


우습게도 공부를 싫어했던 나는 고등학교 때

조금씩 공부의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고,

막연했던 과학의 꿈과 부모님의 희망을 안고

약학을 선택했다.

신약을 개발하여 인류가 더 이상

아픔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거나

떠나보내는 일이 없도록,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을 꿈꾸며

약대로 진학한 것이다.

1학년 첫 학기에, 약대생들만을 위한

1학점짜리 수업이 있었다.

거기서 이제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한 교수의 첫 번째 강의 첫마디는

내 꿈을 갈가리 찢어놓았다.


"너희들의 대부분은 CVS나 Walgreen 같은 약국에서 앉아서 약을 제조하게 될 거야. 연봉은 이 정도를 받고, 시간이 지나면서 연봉은 계속 오르겠지. 정년퇴임 같은 게 없기 때문에 사실상 벽에 X칠 할 때까지 이 일을 할 수가 있어. 너무 안정적인 게 지루하다면 제약회사를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연봉은 약사에 비해 반토막 정도가 날 거야. 그렇다고 너희가 제약회사를 간다고 해서 결코 신약을 개발하거나 이런 일을 하게 되진 않을 거다. 그쪽은 우리와 전혀 다른 분야고 전국에서 0.001% 될까 말까한 인재들만이 그 일을 하게 될 테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너무 어렸었다.

무엇이든 꿈을 좇으면

타협할 만한 길이라도 있기 마련인데,

높은 연봉과 안정된 직장을 꿈꾸던

내 또래 친구들과 나는

전혀 다른 꿈을 안고 학교를 진학했었고,

이를 어디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었다.

주변 선배들을 둘러봐도

내게 이런 쪽으로 조언을 해줄 사람도 없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찾아보지도 않았다.

결국, 지금 생각해보면 그 교수가

내 꿈을 찢은 것이라는 비겁한 핑계를 대기보다는,

내 꿈이 그 교수에게 너무 쉽게 찢기도록

허락한 것이라는 것이 맞는 말이겠다.

바람에 연을 날렸는데,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서

연이 찢어졌다라고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바람이 너무 강하면

연을 더 강하게 만들어서

다시 띄우면 그만인 것을.

어차피 바람은 높은 곳일수록

강하게 불기 마련이고,

살아남는 연만이 하늘을 높이 날 수 있는 것이니.


목적지도 없는 배신감과 상실감에 사로잡혀,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공부에 전심전념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곳은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내 꿈도 없고 이룰 수도 없는 이 곳에,

아버지 노후자금을 쏟아붓는 것이 죄스러웠다.

1년 만에 나는 인생에 새로운 것을 찾아보리라

결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고

결국 다른 길을 택하게 되었다.


나는 크게 좋아하는 세명의 기업가가 있다.

탄생 날짜로 순서를 매겨보자면:

첫 째로는 창업계의 악동 리차드 브랜슨,

둘 째는 인류의 새로운 역사를 써낸 스티브 잡스,

그리고 셋 째는 본인이 사기꾼이 아님을

행동으로 증명해내는 엘론 머스크다

(엘론 머스크 타임은 무시).


각 기업가들의 인생과

업적에 대해서는 글을 쓰지 않겠다.

허나 이들의 삶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미래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있었고,

모두가 미친놈이라고 조롱하고 비난할 때

그들의 신념을 잃지 않았으며,

'불가능'이란 단어를

거침없는 실행력을 통해 '가능'으로 바꿨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우리들의 삶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이끌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그들이 자신들의 일을

진정으로 즐기면서 살았다는 것이다.


엘론 머스크가

자신의 최근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던

40분짜리 동영상을 보면,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사이언스 픽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생각들을

실제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가며 실행한다.

그는 한정된 지구의 연료자원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것을 풀기 위해서 대학생 때 고안했던

Tesla 라는 전기자동차 회사를 만들어

전기 자동차 상용화의 시대를 열었다.

또한, 저렴한 가격으로

모두가 태양열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태양열 패널 지붕을 개발하는

SolarCity 회사를 만들었으며,

사람들의 '영혼을 죽이는 교통체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A의 땅 밑으로 땅굴을 파는

The Boring Company를 만들었고,

인류를 우주로 뻗어나가게 하고 싶다는

본인의 어렸을 적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우주여행을 할 수 있도록, Space X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이 모든 회사들은

실제로 놀라운 성과들을 내고 있다.

아직 The Boring Company를 제외하고는

(회사 이름 자체가 유머).


계속해서 영상을 보다 보면

그의 사고방식에 한 가지 일관성을 찾아볼 수 있다.


'만약 이러면 어떨까?

이렇게 하면 기존의 것들을

좀 더 효율적이고 편하게 실행할 수 있을텐데.

그렇다면 이것을 실행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연구해 본 결과 이론적으로는 분명 가능하다.

그렇다면 해보자.'

    

그의 영상을 보며 문득

내 십대를 뒤흔들어 놓았던

Rob Siltanen의 인용구를

스티브 잡스가 직접 내레이션 한

애플의 Think Different 광고가 스쳐지나갔다.



"Here's to the crazy ones. The misfits. The rebels. The troublemakers. The round pegs in the square holes. The ones who see things differently. They're not fond of rules. And they have no respect for the status quo. You can quote them, disagree with them, glorify or vilify them. About the only thing you can't do is ignore them. Because they change things. They push the human race forward. And while some may see them as the crazy ones, we see genius. Because the people who are crazy enough to think they can change the world, are the ones who do."


"본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미친놈들만이,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므로"


그렇다.

인류 역사상 존재했던 모든 미친놈들이

세상을 바꾸지는 않았다.

그러나 세상을 바꿔냈던

모든 미친놈들은 분명,

현재의 안정에 머무르기를 거부했고,

남들이 보지 '않'았던 앞을 내다보았으며

전혀 새로운 '미친 생각'에 몰두하고

자신의 인생을 바쳤던 미친놈들이었다.






한 번쯤 미친놈이 되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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