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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제 May 21. 2023

- 고양이 소리 -

우리 집 아닌가 하면 우리 집이다.

우리 집 기준, 은단이는 못 생겼다.

아기땐 이마에 까만 무늬가 있어서

그 나름 매력이었는데,

커가면서 사라졌다.

그래서 온몸이 완전 하얀 고양이가 되었다.

얼굴이 민둥민둥해져서

눈썹 밀어놓은 여자 같달까.

남편 표현에 따르면,

“나미는 예쁜 여자 느낌이면,

다니는....그냥 여자.”

활동량도 얼마나 좋은지 사람이었으면 운동선수로 키웠을지도.

놀자고 엄청 보채서 입질도 어마어마.

자다가 물린 적도 많다.

움직임이 많은데 반해,

엄청 과묵하다.

자기가 이 집 태생으로 생각해서인가,

사람도 고양이라고 생각해서 말을 안 하는 걸까?

부니랑 나미는 말이 많아서 집에서 내내 우엉 대고 다니는데,

은단이는 말이 없다.

우렁차게 운 적이 딱 한 번 있는데,

발정이 온 거였다.


그런 은단이도 가끔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울음소리를 낸다.

아주 들릴락 말락 하는 가냘픈 목소리로.

분명 다니는 행동하는 것만 보면 용맹한 여전사 느낌인데,

목소리만은 요정 같다.

소리도 어찌나 작은지

무심코 지나치다 몇 시간 지나서 발견할 때도 있었다.

어쨌든 도움을 주고 나면

오만방자하던 다니도

애정뿜뿜 하며 친한 척을 한다.

이렇게 이날도 신뢰+1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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