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옆은 위험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다 큰 아이들과 엄마가 여전히 함께 자는 집도 있지만, 나는 분리수면을 아주 아기때 시켰다. 누가 옆에 있으면 잠을 잘 못 드는 편인데 더구나 조심해야 할 아기가 있으면 밤새 선잠을 잤다. 그래서 아들이 태어나고 돌 정도 됐을 때 누나와 같이 한 방에서 자도록 잠자리를 나와 분리시켰다. 삼일 정도 두 녀석이 울고 불고 난리였지만 버릇이 들고 난 후로는 나도 아이들도 잘 잤다. 시간이 좀 흐른 후에는 남편과 침대도 분리해서 투베드로 따로 잔다. 그러고 나니 엄마바라기 고양이 세 마리가 모두 내 침대에 집중적으로 모여 자서 비좁아졌지만 사람이 아니라서인지 나는 잘 잤다.
이렇게 각자의 침대에서 자기 시작하고는 잠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거의 없다. 가족들 모두 코골이도, 이갈이도 없다. 새벽에 종종 깨 보면 정말 다들 쥐 죽은 듯이 잔다. 나는 분리수면이 아주 마음에 든 상태였다.
그렇지만 필연적으로 한 방에서 같이 자야 하는 일은 생긴다. 여행이나 명절 시댁 가는 일 등등. 내 집을 벗어나면 내가 갖춰놓은 시스템을 적용할 수 없다. 아이들은 엄마와 같이 자는 일을 기대한다. 이부자리를 펴면 왼쪽 겨드랑이에는 딸이 오른쪽은 아들이 붙는다. 누가 봐도 정겨운 풍경이지만 나는 오늘 잘 잘 수 있을까 걱정부터 한다. 늦게 자러 오는 남편의 자리는 별도로 마련해 두고는 아이들과 열 시쯤 잠이 들었다. 새벽 세 시쯤 되었을까. 강하게 옆구리를 강타해 오는 충격에 잠에서 깼다. 모로 누워서 자던 아들이 발로 내 허리를 차버린 것이다! 자다가 불시에 날아온 공격에 무방비로 당한 나는 ‘악’ 소리 내지르고는 울음을 터트렸다. 역시나 아들 옆에서 자는 게 아니었어!
내 소리에 놀란 남편이 벌떡 일어났다. 우는 나를 보며 당황해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자기가 자던 자리를 내주고 토닥토닥 나를 달래고 아들 등짝을 찰싹 쳤다.
“이 눔, 왜 엄마를 차!”
등짝을 쳐도 다시 바로 눕혀도, 아들은 계속 꿀잠을 잤다.
“쟤랑 다시는 같이 안 자. 안 잘 거야.”
나는 볼멘소리를 내고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에 나와 남편은 둘 다 선잠을 자버려서 퀭한 얼굴이 되었다.
나중에 아들에게 무슨 꿈을 꿨냐고 물었다.
“갑자기 통나무가 날아와서 한 번 차 봤어. 엄마인 줄을 몰랐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꿈에서 아무리 생쇼를 해도 현실 반영은 힘든데 정말 강력한 킥을 날렸구나. 그래 이런 일도 아들 키우는 맛인가. 이야깃거리 하나 던져주는 솜씨가 훌륭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