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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제 Jun 01. 2023

- 소변검사 -

혼자 하네


아이가 열이 나서 소아과에 가면,

소변 검사를 해야겠으니 병원 화장실 가서 받아오라고 할 때가 있다.

차라리 피검사는 간호사가 붙잡고 해주니까 애만 조금 달래면 되는데,

소변검사는 난감하다.


첫 번째.

일단 아이가 당장 소변이 마렵지 않다.

병원에서 원하는 최소한의 양이 있기 때문에

아이가 요의가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대기실에 앉아 계속 물을 먹이고는

언제 올지 모르는 파도를 기다리며 지루함과 싸운다.

두 번째.

아기 때 입원했을 때는 소변채취용 기저귀가 따로 있었는데,

좀 컸다고 종이컵 하나 달랑 주고 받아오란다.

받다가 내 손이나 아이 옷이 더러워질 수 있다.

긴장 빠~짝 하고 방향을 잘 생각해서 받아야 한다.

세 번째.

성공적으로 받아냈다, 이제 종이컵을 반납하면 된다.

따끈따끈한 종이컵을...

손으로 잡고 있으면 기분이 참.

소변의 온도는 왜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까?

같은 종이컵에 커피나 차를 담으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사실 첫 번째가 해결되면 나머지는 그럭저럭 견딜만한 일이다.

아이가 아픈 원인을 찾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니.

학교에서 검사용 소변을 보내달라고 알림장이 왔다.

이제는 애들이 컸다고 알아서 화장실 가서 소변을 받아온다.

내가 할 일은 세 번째 정도다.

종이컵에 담긴 소변을 받아서 검사용 용기에 옮겨 담고, 팩에 안전하게 봉해서 아이들 가방에 넣어주는 것. 

아이들이 종이컵을 건네주며 뿌듯한 얼굴을 한다.


“엄마, 왜 오줌만 잘 쌌는데 엄청 잘한 거 같지?”


기세등등해진 아이에게 웃으며 답한다.


“잘했지, 잘했고말고. 엄마가 해야 할 일을 두 가지나 가져갔잖아.”


잘 크고 있어서 엄마인 나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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