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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제 May 22. 2023

- BB탄총 -

남자들의 권총 사랑

초등학생  아들이 비비탄 총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어린 아들에게 사줄 만한 장난감은 아니다.

거친 아이는 아니지만 어쨌든 오발사고를 막을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안된다고 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마음먹으면 학교 앞 문구사에서도 쉽게 살 수 있다.

무엇보다 엄마에게 사고 싶다고 말한 이유가 따로 있다.

이 녀석은 좀 더 마무새가 좋고 총 다운 총을 ‘고르고’ 싶거든.

우리 집에서 엄마는 쇼핑 마스터이자 도우미니까.


나는 아들과 좀 더 이야기를 나눴다.

BB탄총 자체가 어린아이들에게는 판매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총알이 발사되는 건 위험하니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 사는 게 어떠냐.

아들이 원하는 건 탄창을 끼우고, 장전을 하고, 방아쇠를 당겨 보는 것. 그리고 마지막 ‘탕’ 하고 나는 소리가 듣고 싶다고 한다.

총알은 없어도 된다고, 자기도 총알은 위험할 거라는 거 안단다.

이야기 끝에,

생필품은 아니니까 한 달 정도 기다린 후에 ’용돈‘으로 사기로 합의를 보았다.

마침 도서관에 ’권총의 과학‘이라는 책이 있길래 빌려다가 읽어보라고 주었다.


그리고 한 달을 기다려 드디어 장난감 가게에서 직접 골라서 샀다.

집에 와서 신난 아들은 설명서부터 꼼꼼히 살펴보며 흡족해한다.

퇴근하고 온 아빠가 총을 샀냐고 물어보더니

아들을 데리고 설명을 해준다.

집에 있던 스펀지총도 꺼내와서 비교분석을 하더니만,

갑자기 총싸움의 시작.

두 사람은 갑자기 비밀 조직의 요원이 된 듯 은폐 엄폐를 해가며,

빈총싸움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딸과 나는 배가 터져서 없어져 버릴 듯 웃었다.

남자들의 총사랑은 어쩔 수 없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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