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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제 May 21. 2023

- 붕어빵 -

붕어빵처럼 닮은 부자


병원보다 자주 가는 곳이 미용실이라던데,

우리 집은 미용실 문턱이 너무 높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사부작사부작 내가 조금씩 잘라줘 버릇했더니, 당연히 머리카락은 엄마가 정돈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남편은 그래도 정기적으로 미용실에 가서 이발해 오곤 했는데,

미용사와 무슨 소통의 오류가 있었던 건지

“다듬어주세요.”

라고 했다는데 상고머리가 되어 돌아온 적이 있었다.

며칠간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내지르는 남편의 절규를 들어야 했다.

그래서 그 후로 또 내가 머리를 잘라주고 있다.

최후의 1인인 나는,

허리가 닿을 듯 긴 머리를

유튜브의 도움으로 단발로 잘랐다.

좋아서 긴 머리를 하는 것이 아닌지라

방법을 알자마자 시원하게 잘랐다.

이렇게 네 사람 머리의 히스토리를 들은 사람들은,

그냥 미용실에 가면 될 걸 궁상맞게 집에서 그러느냐고 자주 말한다.

심지어 우리 집 옆집도 미용실이고,

반경 1킬로 안에 미용실만 열 개 가까이 있으니까.

그런데 갈 때마다 예약 있다고 퇴짜 맞고,

커트 손님은 반기지도 않다 보니

자연스레 가기가 껄끄러워졌다.

디자이너 솜씨처럼 자를 순 없지만,

일단 고객들은 만족하는 눈치라서

궁상맞아 보이더라도 이게 우리 집에서는 맞는 해답이다.

(추가. 고양이는 백숙컷 할 때는 엄청 싫어하지만 막상 여름에 잘라주면 매우 만족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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