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ine Mar 27. 2016

극사실주의

어떤 사실은 거짓보다 슬퍼요

  에이포용지건, 비어있는 노트가 됐건 나는 종이를 펼치면 그 사람의 이름을 적어요. 이름으로 시작 된 그 글은 엿가락처럼 몸을 늘려 큰 부피의 그리움이 되죠.


  손등에 피로감이 생길 정도로 글을 적다보면 어느 순간 깨달아요. 글은 이미 이유를 가졌고, 그것은 편지가 되어있다는 사실을요.


  이 편지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슬퍼요. 그렇지만 나는 종이를 접어서 간직해요. 편지가 되어버린 이 글은 이제 함부로 버려질 수 없는 존재가 되었어요.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내 스스로 약속해놓은 곳에 편지를 보관하기 시작했죠.


  언젠가, 라는 말로 스스로를 희망고문 하면서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