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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e May 01. 2017

나에게 간절해 줘

짧은 글

  세상에 나 뿐인 사람과 만나서 연애하고 싶다. 하루가 온통 내 생각하느라 빨리 지나가는 사람. 내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잠시라도 시간을 내려 전화 붙들고 안달인 사람. 그런 사람과의 연애는 얼마나 행복할까.


  내가 사랑하는 모두를 질투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 눈길 닿는 모든 것을 시기하는 사람을. 나를 숨겨놓고 싶어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왜냐면, 나는 연애할때면 그렇게 되거든. 나에게 연애는 그런 의미이기 때문에. 그런데 상대와 같지 않다는 사실은 나를 자주 쓸쓸하게 한다.


  나 아니어도 이미 충만한 사람. 주말이 나의 것이 아닌 사람. 나의 시간을 욕심내지 않는 사람. 그럼에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


  이별을 통보한 쪽은 나였다. 그에게 실망해서, 상처받아서, 그 마음이 오래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였다. 쉽게 이별을 내뱉는 스타일이 아니다.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그와 헤어지고자 했다. 그런데 나를 붙잡는 목소리가 기쁘다. 한통의 문자메세지에 조용히 안도한다. 나는 그가 나를 놓치지 않고자 함에 행복해진다. 그러나 헤어짐의 타이밍이 있다면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다.


  그는 나에게 절박하게 매달리지 않는다. 그의 일상은 여전히 시계를 따라 돌고 있다. 우리 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지도, 몇 통씩 부재중 전화를 남겨 놓지도 않는다. 그저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말만을 남겼을 뿐이다. 그렇다면 다시 공허해진다. 내게 간절하지 않은 것만 같은 그를 생각하면서.


  나는 어느덧 이별의 때를 아는 20대 후반이 되었다. 지난 연애를 겪으며 이별에 조금은 무뎌졌다. 그런데 이 이기심만은 좀체 무뎌지지 않는다.


  소주 반병을 목구멍으로 밀어넣고 잠들고 싶어서 이불 속으로 자꾸만 파고드는 밤이, 나 혼자만의 간절함인 것 같아서 속이 쓰리다. 애매하게 오른 취기는 그리움을 증폭시킨다. 이것도 병이다.


  내가 아니면 안될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나로 인해 완성되는 사람을 만나서 함께 성장하고 싶다. 내 어린 치기를 이해하고 '나도 그래.' 웃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이 이별을 견디기로 마음 먹었다. 이별은 이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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