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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e Dec 19. 2017

하루의 끝

당신의 애쓴 삶을 애도하며

  나의 청춘과 함께 나이 들어온 한 그룹의 메인보컬이 스스로의 의지로 삶을 등졌다. 나와 비슷한 템포로 20대를 흘려보내던 그는 12월의 반을 3일 가량 넘긴 날 조용히 증발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인들에게 이 말을 전했다. 수고했다는 말을, 해달라고.    

  

  나는 그 사람의 인생을 동정하지 않는다. 그룹의 이름처럼 내내 밝았던 삶이었다. 데뷔와 동시에 정상으로 올라섰다. 초등·중학생들의 장래희망 1위는 어느새 아이돌이 되었고, 수많은 새싹들이 ‘Pick me'를 외치는 이 시대. 그는 분명히 누군가 동경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외면이다. 그의 팬이 아니고, 그 세계를 잘 알지 못하는 수많은 ’내‘가 보는 만들어낸 ’종현‘이었다. 그 이면에서 그는 참 고단하고, 외로운 인생을 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 사실을 오늘 알게 되었다.     


  그의 노래로 그 많은 이들이 위로를 받았는데, 청춘이 내내 들끓었는데 왜 그들은 종현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 줄 수 없었을까. 그런 존재가 되려 해주지 않았을까. 그리고 왜 그들의 사랑이 종현에게는 위로 되지 못했을까. 나는 그의 죽음이 아깝다. 그에게 가장 필요한 건, 그를 연예인이 아닌 스물여덟의 남자로 위로하고 보듬어줄 단 한사람이었으리라는 사실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에게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를 샤이니로 있게 하는 이 나라를 멀리 벗어나 그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용기가 그때 그에게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한다.    

 

  이는 안타까운 마음이 아니라, 아쉬운 마음으로 오래 남는다. 그래서 그의 죽음을 더욱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딘가 지구 반대편 쯤 그가 살아서, 행복한 노래를 하고 있으리라 믿고 싶게 한다. 그의 죽음은 그의 탓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와 그저 한 시대를 같이 살았다는 구실로, 외롭게 떠난 그를 위로한다. 당신, 정말 애썼다. 당신의 삶이 마냥 어둡지만은 않았기를 바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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