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내가, 한 달 전의 내가, 몇 해 전 내가 다 다른 생각을 하면서 산다.
과거의 나는 한심하기도 안쓰럽기도 못내 사무치기도 한 감정으로 소복소복 쌓여간다.
그렇게 살다가도 언젠가의 시절 속 내가 유난히 마음에 밟히는 날이 있다.
뜨겁고 찬란하고 유일하던 사랑.
세상의 모든 반짝반짝함을 모아 두었던 연애.
그 연애 속 오늘보다 젊은 정서를 지닌 나.
질리도록 싸우다가, 이내 지치다가, 서서히 마음이 식다가, 각각의 이유로 몇 번의 이별을 했다.
그 이별들을 헤쳐 나온 나는 문득 문득 사랑이라는 명목하에 펼쳐지는 간지러운 감정들에 어느 정도는 무뎌졌다고, 감히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어떤 연애는 도무지 끝나질 않기도 했다.
헤어지자는 말은 관계를 잘라낼 수 있는 가장 단호한 말이지만, 사실은 아무런 힘도 없어서.
이별을 맞닥뜨리고도 달라지는 것은 없는 시간을 지내기도 한다.
그 사람의 SNS를 훔쳐보고, 카카오톡 프로필을 몇 번씩 확인하고, 지우지 못한 사진 몇 장을 들여다보는 하루.
전화를 붙든 채로 날이 밝아오는 줄도 모르고, 출근이며 등교를 앞두고도 멈추지 못하던 이야기들을 곱씹는다.
그런 하루를 지난 밤에는 꿈을 꿨다.
헤어지기 전처럼 마음껏 서로를 안는 꿈.
가장 떨리던 연애의 온도를 지나는 꿈.
그 꿈은 달콤하지만, 잔인했다. 꿈에서 깨고 나면 베개가 젖도록 울어야 했으니까.
그러다보면 도돌이표처럼 이별 직후의 마음으로 돌아갔다.
슬픔과 자책과 그리움으로 얼룩진 표정을 하고.
그 때 너에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너를 더 자주 안아주었어야 했는데, 너를 조금 덜 좋아했어야 했는데 하는 부질없는 후회를 하고.
혹은 그 사람의 자잘한 실수들과, 결국은 관계를 끝맺게 했던 잘못들을 되뇌면서 끝없이 원망을 하느라 도무지 ‘내일’이 밝아오는 일이 설레지 않았다.
어차피 내일도 오늘처럼, 어제가 될 것이었다.
과거가 나를 붙잡고 있으면 나는 나아갈 수가 없다.
후회와 아쉬움이 늘어갈수록 나는 계속 과거에만 산다.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고, 미워하는 데에 너무 많은 정성을 쏟지 않아야 한다.
차분히, 조금씩 털어내어 이윽고 괜찮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