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Disabled 07화

행복해야 하는 이유,행복하지 않을 권리

Disabled 07

by 소안키친

신체나 정신이 불편한 사람을 우리말로는 장애인, 영어로는 ‘disabled’라고 한다.

할 수 있다는 의미의 ‘able’ 앞에 반대를 뜻하는 접두어 ‘dis’를 붙여 ‘장애로 인해 할 수 없는’이란 의미로

탄생한 단어일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 신체가 부자유한 신세가 되어보니, 또 다른 세계를 알게 됐다.

목소리가 이상한 나에게 대부분의 낯선 사람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고,

때론 무례한 질문으로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목에 생긴 흉터와 쉰 목소리를 듣고 대뜸 “갑상선 수술하셨어요?”고 질문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병명이 문제가 아니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어설프게 아는 척을 하는 것은 매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발 떨어져 건네주는 배려는 더 따뜻했다. 집 앞 마트에는 계산원 분들이 여럿 계시는데, 그 중 한분은 유독 내 얼굴과 휴대폰 뒤 4자리를 기억해주셨다. “(힘든 것 같아)기억해 뒀어요”라며 하시는 말씀이 참 고마웠던 적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신체적 정신적 불편을 겪어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러한 불편이 나처럼 후유 장애로 오래도록 남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구경하듯 쳐다보는 따가운 시선과 사려 깊지 않은 말들이 오히려 불편과 장애를 가중시키는 것

같았다.


흔히 육아전문가들은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생각해보면 엄마가 되기 전에는 의욕과 노력만으로 성취할 수 있는 삶이었지만, 엄마로서 사는 육아의 삶은 그렇지 않은 적이 훨씬 많았다. 더구나 ‘엄마가 행복해야 한다’라는 말은 또 하나의 굴레가 되어 나를 괴롭혀 온 것 같다. 이쯤되면 반드시 행복 해야할 의무는 없다. 행복하지 않을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삶이 버거울수록 그저 하루를 충만하게 살아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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