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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안키친 Jan 29. 2022

글쓰기는 시간을 관통하는 일

쓰면서 행복하고, 행복하고 싶어 쓰는 글

글과 삶은 어느순간 하나로 포개진다. 때론 내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이 나를 쓰는게 아닐까?

-‘글의 품격’ / 이기주 지음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초등학교 때 가장 즐거웠던(?) 수업은 국어 시간 짧은 글짓기 였다. 정확하지 않지만 어떤 단어가 세 개 정도 주어지고 그 단어를 가지고 자유롭게 문장을 만드는 과제였던 것 같다.


왠지모르게 내 맘대로 상상해서 글을 쓰기 좋아했다. 학창시절에는 텔레비전에 너무 진심이어서 책을 멀리했지만, 이상하게 글쓰기에 대해서는 관심도 흥미도 높았다.


브런치 작가 되기를 작년 연내 목표로 삼았는데, 운좋게도 몇달 일찍 기회가 주어졌다.


글쓰기는 어린 나에게 창의의 도구였다. 학창시절에 수줍음 많고 조용한 학생이었던 나는 ‘글이 관련된 과제’에서 만큼은 눈빛이 반짝거리며 아이디어를 내길 좋아했다.

예로 극기훈련이나 수학여행을 갔을 때 조별 이름이나 구호를 만드는 일 같은 것들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과거에서 현재, 미래까지의 시간을 관통하는 일이다. 과거를 회상하며 글을 쓰고 있노라면 그 당시의 감정의 굵은 매듭들이 군데군데 느껴진다.

 

호주 서부의 퍼스(Perth). 내가 다닌 랭기지스쿨은 작지만 낭만적인 캠퍼스를 가진 따뜻한 공간이었다. 작은 규모인만큼 교장을 비롯한 선생님들이 가족같은 분위기로 학생들을 대해줬다.학교생활에 점차 적응해 갈 때쯤 교정의 햇살은 나날이 따사로워졌다.

 초록을 뽐내는 잔디는 더없이 푸르렀고, 분수대 물빛은 부서지는 햇살에 반짝였다. 낯설기만 했던 도시의 공기가 서서히 낭만적인 시간들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 때 함께한 이들과의 추억들은 희미해졌지만, 여전히 마음 속에서 반짝이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이 글은 20여년 전 호주 유학시절을 회상하며 쓴 글이다. 시간은 흘러 기억의 대부분은 상실됐지만, 강렬했던 장면과 감상들은 기억에 남았고, 글로써 묘사하면서 더욱 선명해질 수 있었다. 글이 주는 축복이란 이런 것이리라.




호주 유학시절 영어 코스를 마치고 비즈니스 코스를 단기로 추가해 들었는데 여기서 처음 ‘광고’ 분야에 흥미를 갖게 됐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광고쟁이가 되기 위해 학원에 다니며 광고 AE와 카피라이터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글쓰기는 내 삶의 한 축으로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 대행사에서 시작한 일은 패션 브랜드의 홍보팀으로,  다시 마케터로 이어졌다. 각각 직무에 맞는 글쓰기는 요구되는 결과물의 형태는 다르지만 글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아이디어에서 기획, 구성에서 완성에 이르기까지 공통점이 많았다.


직장생활은 힘들었지만,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글로 표현하는 일의 비중이 컸기 때문에 나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셈이었다. 곰곰 생각해보면 내가 가장 행복할 때는 주제와 아이디어가 있는 상태에서 글을 쓸 때다.


대행사와 브랜드 사의 중간에는 1년 반정도 학업공백기를 가졌다. 장소는 일본의 도쿄였다. 사실 광고학을 공부해서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하겠다는 포부가 있었다. 결국 학업은 마쳤지만 취업은 하지않고 귀국했다.


그러고보니 이 때도 글을 써야 직성이 풀렸나보다. 내가 다니던 일본어스쿨에서 스피치 콘테스트가 열리는데 직접 원고를 쓰고 나가서 당당히 입상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스피치는 너무 떨려서 어려웠지만, 일본어로 직접 쓴 원고를 본 선생님이 철학적인 내용을 아주 잘 썼다며 칭찬해주셔서 우쭐했던 생각이 난다.




어린시절 초능력이 생긴다면 꼭 한 가지 능력을 탐냈던 기억이 있다. 친구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미치도록 궁금했다. (자의식이 강한 성격이라 그런지…)

아마도 내가 친해지고 싶은 친구와 쉽게 가까워지지 못할 때 많이 했던 생각인 것 같다.


저 아이는 나를 좋아할까? 싫어할까?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만일 지금 단 하나의 초능력이 생긴다면? 어릴적과 비교도 안되는 세속적인 것들만 떠오른다.


어른이 된 나는 내향적인 성격이어서 내 마음 돌보기에만 바쁜데, 어린 나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꽤나 궁금했나보다.그렇게 생각이 미친 곳이 심리학이다. 번뜩 이제라도 심리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리학을 공부하려면 우선 책을 좀 찾아 읽어야 할 것 같다. 이 글을 보시는 브런치 작가 및 독자여러분의 추천도 기대해본다.


언젠가부터 간혹 너무 강렬하게 와닿는 문구를 봤을 때 '낭만적이다'는 느낌을 받는다.

얼마전 정여울 작가의 심리테라피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에서도 무척 낭만적인 구절을 발견했다.

신학자 프레드릭 비크너는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이렇게 아름다운 정의를 내렸다.”직업은 당신의 진정한 기쁨과 세상의 깊은 허기가 서로 만나는 장소다.”세상이 목말라 하는 것들을 찾기 위해 부디 유행이나 대세를 따라가지 않기를. 다만 자기안의 목마름을 세상의 목마름과 합치시킬 수 있도록 끊임없이 나의열정과 세상의 허기를 일치시키는 마음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기를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 정여울 지음


나의 진정한 기쁨은 글쓰기인데, 세상의 깊은 허기가 있는 곳은 어디일까?  곳이 어느곳이든 심리학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일에 대한 성취감과 글을 쓰는 행복을 함께 누릴  있지 않을까 하는 원대한 꿈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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