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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안키친 Jan 24. 2022

휴대폰에서 SNS를 지웠다

멀리에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


“인생은 멀리에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다.


우연히 본 찰리채플린의 말이다. 요즘 SNS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꼭 맞는 말인 것 같다.


최근 휴대폰 사용시간이 너무 늘어났다.아이들 휴대폰 사용도 제한해야 하는 시기라, 엄마인 나부터 사용을 줄이자고 다짐했다.


가장 불필요해 보이는 시간은 목적없이 자주 들여다보는 SNS(소셜미디어) 어플이었다.


브런치를 비롯해 인스타그램,블로그,카페 까지 알림 뱃지가 없어도 들여다 보는 일이 잦았다.

그 밖에 데일리 사용 어플은 포털뉴스와 카카오톡, 장보기와 쇼핑하기,유튜브 정도.

소셜미디어는 노트북으로 확인하기로 하고, 일단 메인 화면에 있던 SNS 앱들을 맨 뒤 화면으로 재배치했다.


모바일이 노트북 보다 인터넷도, 처리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노트북으로 하려면 시간이 더 들어가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모바일은 빠르게 접속하고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더 자주 사용하게 된 측면도 있었다.


따지고 보면 SNS 전체 사용시간 중 꼭 필요한 시간의 비중은 채 50%도 되지 않았던 것 같다.그동안 수없이 들어갔다 나왔다 했던 소셜미디어, 이제부터는 하루 3번 정도로 압축해서 사용해 보고자 한다.


3번 중 1번은 글쓰기나 컨텐츠 발행을 위해, 2번은 알림이나 컨텐츠 확인을 위해서 하면 될 것 같다.


노트북만 사용하기에는 '사진 첨부'가 번거롭기 때문에 글을 다 쓰고 사진첨부만 모바일로 하면 된다.




생각해보면 소셜미디어는 촌각을 다툴만큼 시급한 연락이나 알림은 없다. 나의 컨텐츠를 발행하거나 내가 추구하는 삶에 필요한 정보나 트렌드, 취향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도구일 뿐, 시급하게 응답해야 하는 미디어들은 아니다. 물론, 비즈니스 계정 운영자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우선 각종 소셜미디어가 넘치는 세상에 자신에게 맞는 핵심적인 SNS 몇가지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 SNS의 순기능을 최대한 이용하고 반대로 역기능은 최소화 하는 사용패턴을 만드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나의 경우 소셜미디어 별로 사용하는 목적이 조금씩 다르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책리뷰, 미니멀 라이프(살림)에 대한 컨텐츠를 올린다. 반대로 관련된 인플루언서부터 인친들의 컨텐츠를 습득한다. 브런치 글도 종종 올리고 있기는 하지만 유입이 잘 되는 편은 아니다.


블로그는 내가 사용해본 제품이나 맛집, 여행지에 대한 리뷰를 올리고 소통하는 미디어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고 신기했던 건 내가 일하지 않고 있는 시간에도 블로그는 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언제 어디서든 24시간 검색하는 세상이다 보니, 누군가 내 컨텐츠를 계속해서 소비하고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매일 회사에 나가서 일하고 있음을 인정받아야 하는 봉급생활자와는 전혀다른 방식의 신선한 성취감이랄까.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이나 비즈니스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특정 주제의 최신 동향이나 궁금증이 있을 때 사용한다. 오랫동안 봤던 지역 맘카페 외에는 한 때 청약과 부동산 카페를 몇달 동안 정독(?)한 적 있는데 실제로 공부가 많이 됐다. 전혀 모르는 상태였기에, 카페만 열심히 봐도 꽤 많은 도움이 됐다. 그리고 최근 치료중인 질병과 관련된 의료정보 카페에서는 비슷한 환자들과 위로가 되는 정보를 주고 받기도 했다. 이 또한 큰 도움이 되어 커뮤니티의 힘에 대해 다시한번 실감했다.  


가장 늦게 시작한 브런치는 에세이 글을 쓰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라이킷 수가 올라갈 때면 고마움이, 구독자 수가 올라갈 때면 왠지 모를 부담감이 든다. 독자들이 귀중한 시간을 써서 내 글을 읽어줬다는 고마움과 동시에 그 시간을 허투루 쓰게 해서는 안된다는 책임감인 것 같다.


소셜 미디어 별로 컨텐츠와 구독자, 유입 경로가 다르다보니 개인 브랜딩의 일환으로 나름대로 차별화 하여 운영하고자 한다.


모바일 디바이스에 최적화 된 SNS를 노트북으로만 하겠다는 발상이 다소 엉뚱할 수도 있지만,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막기위한 자구책으로 시도해 보는 중이다.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보는 시간을 줄이고 보다 생산적인 활동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1주일 동안 사용해보니 휴대폰 메인 화면에 SNS가 없기에 불필요한 앱실행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때마침 [디지털 미니멀리즘(칼뉴포트 지음)]이라는 책을 접하게 됐는데 제목만 보고바로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셜미디어 재벌들은 자신들이  나은 세상을 만드는 친근한 너드(Nerd)신인 척하지 말고 중독적인 제품을 아이들에게 파는 티셔츠 차림의 담배 장사꾼일 뿐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좋아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일는 새로운 흡연과 같으니까요.

-2017 5 12, ‘ 마허 <리얼 타임> 프로그램 에필로그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옷 고르는 시간을 줄이려 똑같은 검은 티셔츠를 여러장 사두고 입는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페이스북에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머물게 하려고 연구했다니 참 모순된다는 생각도 든다.


구글 엔지니어 출신에서 내부고발자가 된 ‘트리스탄 해리스’가 인터뷰에서 한 발언도 가히 충격적이다.

“스마트폰은 일종의 슬롯머신이다.사람들이 최대한 오래 제품을 사용하도록 만들기 위해 (기술 기업들이) 동원하는 온갖 기법이 있다."

 “실리콘 밸리는 앱을 프로그래밍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프로그래밍한다. 흔히 기술은 중립적이라고 하지만, 그걸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내 경우에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한지 12년 정도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스마트폰 이전의 휴대폰으로는 통화와 문자 기능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그다지 오랜 시간을 사용할 일이 없었다.  짧다면 짧은 10년 남짓한 기간동안 사람들의 휴대폰 문화는 강산보다도 훨씬 더 많이 변화했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계산된 의도가 적중했다니 이제는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바일게임의 핵심 전략 또한 SNS와 흡사하다. ‘더 오랜 시간 머물수 있게 하는 것’이다.


2022년부터는 SNS를 비롯한 디지털 여가활동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최소한의 시간을 투입하는 루틴을 만들어 봐야겠다. 기술이 사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사람이 기술을 사용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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