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안키친 Dec 01. 2021

세자매

가족에게 상처받은 이들에게


문소리 배우의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알게된

영화다.영화에는 결핍을 겪고 살아가는  자매가 등장한다. 개인적 견해로는 문소리 배우가(미연 역)가 극을 이끌어가는 구심점 역할이라면, 김선영 배우(희숙 역)는 클라이맥스를 담당하며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동백꽃필무렵’에서 처음 알게된 김선영 배우의 연기는 모두가 감탄할 만큼 몰입도와 감정이입면에서 최고다.


첫째 희숙은 꽃집을 운영하며 경제적으로 넉넉치 않은 형편이다.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남편은 사업을 핑계로 가끔 희숙을 찾아와 돈을 뺏어간다.  중학생 딸은 밥 대신 마요네즈를 먹고 헤비메탈 가수를 쫓아다니면서 괴이한 옷차림과 거친 언행을 보여준다. 가족 누구에게도 인격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그녀. 만성적인 자기비하와 낮은 자존감으로 언제나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남몰래 자신을 자학하면서 우울을 견딘다.


둘째 미연은 세 자매 중 가장 완벽한 가정을 이루고 산다. 대학교수인 남편과 두 아이를 키우며 교회 집사로 성가대 지휘를 맡고 있다. 그녀의 친정처럼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신앙심이 깊고 주위 사람들에게 항상 온화하게 대한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셋째 미옥은 알콜 의존증으로 술에 취해 본인은 쓰레기라고 자책하며 살고 있다.  미옥은

야채와 과일을 유통하는 남편과 결혼해 전처의 아들과 함께 살면서 아내나 엄마 역할은 포기한 채 무기력하다.

둘째 미연에게 의지하며 응석을 부리는 늙은 철부지 동생이다.


이러한 세 자매의 일상에 잔잔한 균열을 일으키는 사건들이 일어난다. 첫째 희숙은 암 진단을 받게 되고, 둘째 미연은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다. 셋째 미옥은 남편의 아들이 평소 친모와 다정하게 연락하고 자신은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극을 받는다.


아버지의 생신으로 오랜만에 만난 세자매와 가족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막내 남동생까지 한 자리에 모인 날,

가족의 오랜 갈등이 곪아 터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알고보니 희숙과 남동생은 어릴 적 아버지에게 지독한 아동학대를 당했고, 미연과 미옥은 가해자인 아버지와 피해자인 형제들을 보며 유년시절의 아물지 않는 상처를 안고 살아왔다.

결혼 후 각자의 가정을 이루고 나서도 폭력 가정의 트라우마와 결핍을 안고 살았던 것이다.


세자매는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서로 물고 뜯고 할퀴면서 울부짖는다. 그리고 마음 속에 응어리를 고백한다.

모든 걸 토해낸 세 자매와 남동생은 다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화해와 치유를 약속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족’이란 때론 울타리 같은 보호막이 지만, 때론 철조망처럼 자기를 옭아매는 존재가 된다는생각을 해본다.


부모나 자식, 형제라는 이유로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인 폭력을 가하는 일들, 용서를 강요하거나 강요받는 일들은 더 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 또한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부모의 역할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엄마니까 자식을 바른길로 이끌어줘야 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훈육을 하지만, 자기 주장이 생긴 아이와 부디칠 때면 소통하기 어려운

적이 많다.


흔히 엄마말 안듣다가 나중에 망한다는 식으로 엄포를 놓는 것부터 시작해서 소프트한 방법으로 달래도 보지만,

복잡다단한 성장기 아이의 마음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치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숙제다.

그러다 한계에 이르면 나도 모르게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처를 주는 일도 있었다.


부모의 마음과 아이 마음이 접점을 찾기 이리도 어려운 일인가 도무지 모르겠을 때도 있다. 아이를 심하게 몰아치고 나서 정신을 차리고 보면,  아이는 나로인해 상실감과 모멸감을 느껴야 하는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괴롭다.

내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갑질을 하는 건 아닌지 무섭기도 하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면 나는 또 내 기준의 ‘바른생활’에 어긋나게 말하고 행동하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다.

자식을, 특히 아들을 키우는 일은 당근과 채찍보다 한층 더 고단수의 전략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모든 아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영화 속 세자매와 같은 아픈 상처와 채울 수 없는 결핍을 안고 사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많을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그들이 더이상 숨어서 혼자 아파하지 않기를, 힘들다 소리내어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기를,

곪은 상처를 도려내고 새살이 돋아나길 바래본다.


작가의 이전글 사이렌오더 잘못해서 10분만에 먹고 온,라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