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오더 잘못해서 10분만에 먹고 온,라떼

소소한 안녕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3일 전부터 라떼가 땡겼다.

하얗고 포근한 우유거품으로 추운 위장을 덮고 싶었다.  

회사 다닐 때는 커피 사먹으며 머리 식히는 게 쉬웠는데

라떼 하나 먹기를 며칠째 벼르고 있으려니 좀 처량하기도 하다.

제일 좋아하는 음료가 커피, 제일 좋아하는 간식도 커피, 왠지 좀 출출할 때 먹는 간식도 믹스커피다.

아침에 눈뜨면 간단한 빵이랑 커피를 먹는다. 얼마전에

마음에 쏙 드는 과테말라 원두 드립커피를 발견해서 여유있는 날 내려 먹고있다. 며칠 전  1+1 행사까지 해서 행복하게 쓱 쟁여놓았다.

바쁜날엔 탐앤탐스 페니하우스(분말 스틱커피)를 즐겨먹는다. 이것 또한 과테말라 원두.

과테말라 원두커피 러버가 된 건 수년 전 어느 스타벅스에서 마셔본 아메리카노 덕이다.

커피 러버이긴 하나 원두 취향은 없었는데 그 날 광화문 모처 스타벅스에서 과테말라 아메리카노를  만난 건 운명이었다.

그 뒤로는 다른 스타벅스에서 오늘의 원두를 확인하고 HOT 커피에 ‘과테말라’라고 써 있는 걸 보면 바로 주문한다.심지어 라떼를 마시려다가 원두 때문에 아메리카노로 바꾼적도 있다.

과테말라 원두커피는 산미가 적고, 스모키한 향, 묵직한 단맛, 풍부한 질감이 느껴진다.

---

육아휴직을 하고 나서는 벌이가 없으니 왠지 사먹는 커피가 비싸게 느껴져서 웬만하면 사먹지 않으려고 애쓴다.

허나 오늘은 라떼를 꼭 먹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집근처 스타벅스로 차를 몰았다. 평소 스타벅스 커피가 맛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저지방 우유가 필요한 체질이라 하는 수 없이 스벅으로 간다. 우유를 먹으면 배가 아픈 체질인 나, 유당분해 효소가 적은 거 같다.

사이렌오더, 자주하진 않지만 차로 3분 거리라서 주문해 놓고 가면 음료를 바로 받을수 있어 편하다.

스타벅스 앱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라떼를 주문한다. 퍼스널 옵션에서 저지방우유로 선택하고 결제완료.

눈누난나 흰거품이 소복이 올라온 라떼를 만나러 가는길,애인 만나러 가는 기분이다.

매장 앞에 비상등을 켜고 정차를 했다. 픽업대 앞으로 갔더니 나의 닉네임이 표시돼 있고 커피 한잔이 놓여져 있었다. 그런데 순간 1-2초 정지화면.

‘아뿔사! 테이크아웃 옵션을 안눌렀네ㅠㅠ’

매장컵에 고이 담겨진 뽀얀 거품을 자랑하는 라떼가 나를 보고 미소짓는다.

‘어쩌지, 먹고 갈 수는 없는데 테이크아웃 잔으로 옮겨달라할까? 아 좀 진상인거 같잖아. 사이렌오더 실수한 것도 창피하고… 그냥 조금 마시다가 옮겨달라고 해야겠다. 자연스럽게…’

몇초간 고민하고 태연하게 커피를 들어 창가 바자리로 갔다. 밖에는 비상등을 켜둔 내차가 보인다. 아무래도 오래 머무는 건 무리겠지. 아이들도 집에서 기다리니 10분만 있다 가자는 생각에 라떼를 들이켰다.

맛있다. 역시 먹고싶을 때 먹는 커피의 맛이란 독보적이다. 그렇게 홀짝홀짝 마시다보니 금세 다 마시게 됐다.

어설픈 실수로 혼자서 조금 민망하긴 했지만, 일회용 컵도 안썼으니 ‘제로웨이스트’에 동참한 셈 치자며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이렇게 한주가 꽉찬 해피엔딩으로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