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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에 이 세상은 기능부전이에요

편의점 인간

by 초대받은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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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시다, 왜 그렇게 안심하고 싶을까"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곧바로 나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왜 그렇게 안심하고 싶어서 끊임없이 걱정하고 계획하며 불안해하는 거니?


역시 안심하고 싶은 겁쟁이의 욕망은 피곤함을 넘어서 성가시다.




"내가 보기에 이 세상은 기능 부전이에요. 세상이 불완전한 탓에 난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다고요."


이 문장을 체크해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내가 이 문장을 체크한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처음엔 완전히 기능을 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궁금해서라고 생각하고는 완전한 기능을 하는 세상에 대해 생각해 봤다.


그런데 아니다. 난 저 문장에 공감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 역시 이 세상의 어느 부분의 기능이 부전 되어 내가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 세상이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 불완전한 세상을 완전하게 즐기고 싶어 하는 욕망이 나를 피곤하게 만든다.


불완전함을 즐길 줄 알아야 함을 알고 있지만 그것은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편의점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교체되고 있을 뿐, 줄곧 같은 광경이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진리가 담긴 문장을 좋아한다.


이런 거대한 삶의 진리 앞에 마주하면 무의미와 스치게 되는데 그때의 감정이 묘하게 좋다.


그냥 한 톨의 먼지가 된 기분이다.


그리고는 자유롭게 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도 생긴다.




"내 모든 세포가 편의점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고요."


18년 동안 편의점에서 일한 한 여성이 외친 말이다.


누군가의 삶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단 1도 없다.


하지만 저 말. 18년이 담긴 저 말은 너무 무섭고 끔찍해서 뇌가 정지된 기분이었다.


정말 뇌정지라는 표현이 딱 알맞은 것 같다.


18년이라는 세월을 상상해 보려는 나의 시도를 내 몸의 모든 세포가 필사적으로 막는 것 같았다.


한줄평


내가 바라보지 못했던 어쩌면 내가 바라보고 싶지 않았던 현실을 다소 잔인하게 확인시켜 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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