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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가는 길 Sep 14. 2020

전문가에게 듣는 비전문가스러운 대답들...

그들도 사람이다!

목이 아파서 늘 힘들게 사는 요즘이다.


와이프가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와이프는 재활의학과 전문의이다.)

'자기야. 자기 목 이제 곧 괜찮아질 것 같아'

얼마 전에 병원에서 검사를 했던 터라 반색하며 물었다.

'왜?? 결과가 엄청 좋아?? 금방 좋아질 것 같아??"


아니... 점을 봤는데, 점쟁이가 자기 목 곧 괜찮아질 거래...

한참을 웃었다.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나의 목이 낫는 시기를 점쟁이를 통해서 알려주다니...

참 귀여운 우리 와이프다. 하지만 목은 여전히 아프다..



재활운동을 하면서 물리치료사 분께 물었다.

'선생님... 유산소 운동은 뭘 하면 좋을까요?? 수영은 어때요??'

'별론 데요...'

'왜요?? 목디스크에는 수영이 안 좋아요??'


아뇨... 수영장 물이 별로 안 깨끗하잖아요...

ㅋㅋ 웃으면서  또 물어봤다.

'조깅은 어때요??'


그것도 별로예요. 요새 공기 오염이 심해서...

환경오염만 걱정하시는 물리치료사 분 덕분에 한참을 웃었다.



목이 아파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으며 한의사 선생님께 물었다.

' 저 보다 목 통증이 더 심한 환자도 보신 적 있으세요???'

그럼요.. 바로 앞에 있잖아요


'원장님도 한약 자주 드세요??'

'아뇨.. 전 안 먹어요..'

'왜요??'


써서요...


나 역시 이런 경험이 많다.

와이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갑자기 고래 이야기가 나왔다.

'아. 글쎄, 지역이 다른 곳에 있는 고래들끼리는 대화가 안 통한데...'

듣고 있다가 나도 한마디 하고 싶어서 입을 떼었다.

'아......'

그러자 모두들 일순간 조용하면서 나에게 이목이 집중이 되었다.

수의사가 얼마나 전문적이면서 멋진 말을 해줄까?? 하는 기대에 넘친 눈빛을 보내며...

잠시 정적이 있은 후 내 입에서 나온 소리는...

아.... 신기하네요...


모두들 엄청 웃었다. 난 수의사지만 고래가 어떻게 말하는지는 배운 적도 없다고요..

맨날 바다탐험대 보는 우리 큰아들이 고래에 대해서는 더 잘 알아요..


손님과도 이런 대화를 할 때가 있다.

'원장님, 우리 애가 어제 자기 똥을 먹었어요....'

기대감에 가득 찬 표정으로 나를 보는 어머님께 근엄하고 멋진 목소리로 말했다.

와... 더럽네요...


전문가라고 항상 긴장의 끈을 붙잡고 멋진 말만 할 필요가 있나..

불편한 요즘의 세상. 다들 조금은 더 편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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