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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가는 길 Dec 08. 2022

코로나가 동물병원에 끼친 영향

저기요. 뭐 좀 물어볼게요. 제가 코로나에 걸렸는데요.. 혹시 고양이도 코로나에 걸리나요?? 격리해야 할까요??



 사회적 이슈가 생기면 약간은 영향을 받는 곳이 동물병원이다. 

몇 년 전 강아지 회충약을 먹으면 암이 낫는다는 루머가 떠돌던 시절, 업무가 마비될 정도의 문의 전화를 받곤 했었다. 그중에는 몇 배를 줄 테니 자기한테 좀 넘길 수 없냐는 매우 솔깃한 유혹도 있었다. 

 코로나와 함께 한지 어느덧 3년. 사람 병원이나, 공공기관들처럼 이 녀석이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진 않았지만, 동물병원에도 코로나로 인한 작은 변화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하면, 기껏 저런 문의가 제일 큰 변화 아닐까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초반에는 저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개도 걸리나요?? 격리해야 하나요??

그러면 이렇게 대답한다. 

"네, 걸리죠. 이미 몇백 년 전부터... 코로나가 얼마나 유명한데요.."

 개도 고양이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다. 다만, 조금 다른 코로나일 뿐.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개는 코로나에 걸려서 설사를 하고, 고양이도 코로나에 걸려서 복막염이 오곤 했었다. 

 "보호자분께서 이름도 모르고 매년 열심히 맞고 있는 접종이 코로나 장염 접종이에요.

코로나가 맥주보다 바이러스로 더 유명해지니깐, 이제야 관심 가지시네요.^^"

 다만 지금 우리가 신경 쓰는 코로나랑은 엄연히 다르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라는 말과 함께 돌려보내다 보면, 참 사람들의 관심분야가 달라졌구나 하는 게 새삼 느껴진다. 


 각설하고, 코로나가 동물병원에 끼친 영향은 이런 부분이 아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곤 한다. 


   


우리 애가 이상해요. 좀 봐주세요!!!

"어디가 안 좋나요???"

"밥도 좀 덜먹고, 기운도 없는 것 같고. 잘 움직이지도 않는 것 같고,  변도 안 좋은 것 같고, 오줌도 자주 싸는 것 같고, 목소리도 바뀐 것 같고, 걷는 것도 좀 이상하고, 눈곱도 자주 끼고, 숨 쉬는 것도 약간 안 좋아요"

" 간식은 잘 먹나요??"

"네"

 도대체 뭐가 안좋단말일까?? 한 생명체가 일반내과, 정형외과, 호흡기내과, 안과, 비뇨기과, 소화기내과 질환을 모두 갖고 있는데 간식은 잘 먹는 이 신기한 상황을 나는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막막한 마음을 가지고 애상태를 찬찬히 훑어보면, 너무 건강하고 똥꼬 발랄한 강아지 한 마리가 나를 보며 꼬리를 친다. 음.. 이건 뭐지???


"혹시 요즘 집에 자주 계신가요??

"네, 제가 코로나 때문에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요. 그래서 부쩍 우리 아기한테 관심이 많이 생기네요.."


그렇다. 코로나가 발생하고 주인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하루 종일 반려견 반려묘만 들여다 보고 사니, 그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던 일들이 새삼스럽게 크게 다가오는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일이 바쁘고 힘들 때는 집에 들어오면 산책만 빨리 시켜주고 어지럽혀놓은 집을 정리하고 나면 피곤해서 잠만 자던 주인들이, 갑자기 넘쳐나는 시간과 지루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들 코난, 김전일로 빙의되어 열심히 반려동물들을 관찰하시는 것이다. 매일 하던 재채기인데 갑자기 이상해 보이고, 매일 끼던 눈곱이 수상해 보이니 열심히 동물병원으로 달려오시는 것이다. 

 하.. 돈 버는 것도 좋지만. 괜찮아 보이는 애를 안 괜찮다고 우기시는 보호자분께 괜찮다고 설득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코로나로 실직하신 분들께 검사를 계속 권할 수도 없고....ㅠㅠ



원장님, 죄송한데요... 제가 코로나 때문에 수입이 아예 없어져서, 이제는 가을이 심장약 못 지어갈 거 같아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 어머님.. 이게 왜 저한테 죄송할 일이에요.. 어쩔 수 없죠.. 잘 이겨내시고, 혹시 또 가능하시면 다음엔 꼭 들러주세요..

코로나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영향이 반려동물에 대한 늘어난 관심뿐이면 참 좋겠지만.. 반대로 극도로 줄어든 지갑은 우리를 힘들게 한다. 아무리 사랑하는 내 새끼라도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걸 나도 이해하지만.. 축 처진 보호자분의 어깨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차마 직접 말씀은 못 드리지만, 속으로 마음을 전달해본다. 


어머님.. 가을이에게는 비싼 심장약보다, 어머님이 함께해주시는 이 길어진 시간이 더 큰 선물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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