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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에는 끝이 있다 Jul 13. 2022

프롤로그. 분명 육아에는 끝이 있다.

- 죽을 때까지 자식 뒤치다꺼리를 한다는 것은 잘못되었다.


세상 일이 그렇듯 아이와 함께 걷는 길이
꽃밭일수만은 없다.
많이 배우고 생각하고 고민해야한다. 


  육아란 때로는 벅차게 사랑스럽지만 때로는 숨만 쉬기에도 벅차게 부담스럽다. 아이와 함께라면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지만 한없는 무기력감을 느끼며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을 때가 있다. 아이의 작고 보드라운 손을 잡고 있자면, 하늘 위 구름을 만지는 것 같은 기분도 느끼지만 아이가 내 발목을 잡고 물속으로 끝없이 침전하는 기분을 느낀다. 육아는 아이의 욕구와 엄마의 욕구가 늘 부딪힌다. 누구 하나가 잘못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상황이 좋지 않을 뿐이다.



분명 육아에는 끝이 있다.


  내 아이라는 단편적인 이해에서 벗어나 아이가 지닌 여러가지 면들을 경험하고 또 새롭게 알게 되면서, 아이가 나와는 다른 존재라는 점을 분명히 하게 된다.  아이의 고집부리느라 부루퉁 나온 입가를 보면서 아내의 그것을 떠올리는 것. 친구와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의 편협한 인간관계를 떠올리는 것. 비슷하게 아이의 모든 행동을 부모 둘 중 하나, 그도 아니라면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고모, 삼촌까지 떠올리면서 아이를 기존의 주변 사람들의 틀에 넣어서 이해하려는 마음을 버리려고 노력했다.  단순히 나와 남편을 반씩 섞은 것이 아니라 오롯이 개별적이고도 특별한 존재라는 것.  그것을 나도 깨닫고 아이도 깨달을 때. 서로를 타인으로 인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육아는 끝이 나는 것이 아닐까.


언젠가 자라난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다. 


  엄마의 육아는 끝났어. 너는 스스로 빛을 내는 어엿한 성인이야. 너의 지금 모습은 네가 스스로 이뤄냈고, 그런 너의 모습이 엄마는 눈물나게 자랑스럽다. 네가 어른이 될 때까지 미뤄두었던 모든 즐거움과 다양한 경험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거야. 네가 하고 싶은 모든 일을 부모의 허락 없이 할 수 있지. 다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난 책임도 오롯이 너 스스로 짊어진다는 건 알아둬야 할거야. 

  앞으로 엄마와 너의 관계는 부모관계를 넘어선 스스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개인 대 개인의 관계인거야.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지만 엄마의 욕심을 너에게 투영하지 않을 거야. 엄마가 하지 못해서 아쉬웠던 일들을 너에게 강요하거나 부탁하지 않을거야. 엄마의 감정이나 고통을 너에게 같이 짊어지자고 하지 않도록 노력할거야. 

  어릴 때의 너는 엄마를 온힘을 다해 사랑했단다. 가끔은 너의 사랑이 너무 벅차서 눈물이 날 정도로 너는 최선을 다해 엄마를 사랑했단다. 너를 키우며 엄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사랑을 받았어. 그러니 앞으로 엄마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엄마는 너를 키우며 정말, 충분히, 잊지 못할만큼 행복했거든.

  가끔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 또는 소홀히 해서 서로에게 상처를 줄 지도 몰라. 상처입힌다면 합당한 사과를 주고받겠지만 우리의 소중한 관계는 틀어지지 않을거야. 우리는 죽을때까지 경험하며 성장하거든. 그건 너처럼 엄마도 마찬가지야. 널 잘 키워낸 지금도 엄마는 실수와 잘못을 하고 있지만, 다만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고민하고 결심하고 노력해. 서로를 바라보며 배울 점을 찾고, 서로의 성장을 위해 다독일 수 있는 서로가 되어주자.



엄마의 마음속에서 아이는 하루는 연예인이 된다. 

내 아이만큼 끼가 많은 아이도 없다.

그 다음 날은 과학자가 된다. 

내 아이만큼 탐구적인 아이도 없다.

또 하루는 시인이 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내 아이만큼 감성적인 아이도 없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한다. 

아, 아이가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줘야겠다.

내 아이가 정말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믿어주는 부모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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