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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에는 끝이 있다 Jul 14. 2022

아이 키우기 1단계 "행동 울타리"

-무작정 떼쓰는 아이, 고집 피우는 아이에게 필요한 '행동 울타리 설정'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행동에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아이와 부모 모두의 정서적 안정과 갈등 해소를 위한 경계설정은 다음과 같다.


행동 울타리, 왜 필요한가?


  우리는 가끔 본다. 마트에서 떼를 쓰며 떠나가라 울다가 바닥에 드러누운 아이. 놀이터에서 놀 시간이 끝났는데도 가자는 엄마 말을 무시하고 계속 놀고 있는 아이. 화가 난다고 엄마에게 화풀이를 하는 아이. 밥을 먹을 시간인데 사탕을 먹고 싶어 하는 아이. 아이가 고집을 피우고 엄마와 아이의 의견이 충돌하는 순간은 모든 가정마다 있다.

  다만, 의견이 충돌하는 순간은 모든 가정마다 있지만, 모든 가정이 의견이 충돌하는 순간을 힘들게 싸우며 보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가정은 훨씬 자주 사건이 발생하고 누군가의 고함이나 눈물로 상황이 끝난다. 아이가 지거나 엄마가 지거나 아무튼 누군가의 감정이 상하고 끝난다. 아이의 욕구를 억압하지 않으면서 아이의 욕구를 조절하고 욕구불만이 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 행동의 경계 설정은 필요하다. 행동울타리가 잘 만들어진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기분나쁘지 않게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행동 울타리를 어떻게 만들지?


  울타리를 상상해보자. 머릿 속에 넓은 초원을 깔고, 산과 나무도 배치해서 멋진 풍광을 먼저 펼쳐보자. 그곳은 멋지지만 물 웅덩이도 있고, 저 멀리에는 절벽이나 덩치큰 동물도 있다. 그 초원에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꺄르르 뛰어 놀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우리는 어떤 울타리를 칠 것인가? 아주 단단하게 철근으로 엮고 콘크리트를 부어서? 대충 선그어놓은 주차장처럼 흰 페인트를 바닥에 칠해서? 멋진 풍경에 어울리게 야트막한 돌담을 쌓아서?  동화속 나무 울타리처럼? 멋진 울타리는 보기에도 좋고, 기능도 좋고, 예쁜 문도 달리고 넓은 공간도 포함하고 있으면 더 좋다. 행동 울타리는 아이를 억압하는 개념이 아니라 아이를 보호하는 개념이다. 울타리가 있다고 해서 아이가 답답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내가 항상 아이를 지켜보지 않더라도 아이가 그 안에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 울타리이다. 행동 울타리는 아이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행동과 불가능한 행동의 기준선을 아이의 마음 속에 만들어주는 것이다.

    행동 울타리 설정은 아이와 부모는 서로 독립된 인격체이고,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라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아이가 부모를 존중한다는 것은 부모가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못들은척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를 존중한다는 것은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고 결과가 좋지 않은 선택을 하더라도 인정해 주는 것이다. 행동울타리는 아이의 성향에 따라 아이의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엄마의 품을 좋아하는 8개월 된 아이를 안아주었더니, 엄마의 머리를 잡아당긴다면, '아야'하고 아이가 분명하게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내며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엄마 머리를 잡아당기면 아파. 대신 장난감을 잡고 있자." 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행동울타리는 호기심이 많아지고 할 수 있는 행동이 많아지는 시기에 가장 필요하다.

  아이가 하면 안되는 행동을 할 때가 바로 부모가 행동 울타리를 만들어야 할 때다. 하루는 둘째인 지블리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갔다. 다른 친구들은 부모가 차를 타고 데리러 왔는데, 왜 엄마는 걸어서 데리러 왔느냐고 울면서 집으로 가자는 내 손을 뿌리쳤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당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재빨리 아이를 달래지 않는다. 재빨리 아이를 데리고 상황을 모면하지 않는다. 보는 눈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행동 울타리를 설정하여 다음에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아이의 행동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지 않는다. 아이의 행동 중 내가 고치고 싶은 부분을 딱 한가지만 찾는다. 행동 울타리를 만드는 일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고차원적이고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하는 일이다. 한번에 모든 울타리를 만들 수는 없다.

  이번에는 "울면서 이야기하지 않고 또박또박 이야기 한다"는 행동을 알려주기로 했다. 또박또박 이야기 하는 것이 울타리 안의 행동, 울면서 이야기하는 것은 울타리 밖의 행동이다. 고칠 행동을 알려주고,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짧게 말하고,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행동교정에만 집중하면 아이가 고집을 부리기 쉽다.


부모: 울면서 이야기하지 않고 또박또박 말해줘야 해. (고칠 행동과 바뀌면 좋을 행동)

        엄마가 지블리를 차로 데리러 왔으면 좋겠어? (아이 요구 확인)

아이: 응. 지금 차 타고 와줘. (아이가 울면서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확인) - 여기서 만약 아이가 울면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엄마가 제대로 듣지 못했음을 알려주고, 울지말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한다.

부모: 지금은 안돼. 엄마는 하루 종일 지블리가 너무 보고싶었거든. 지금 차를 가지러 가면 지블리를 볼 수 없어서 엄마가 너무 슬플거야. (아이는 사랑을 확인받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동시에 분위기를 전환시켜 아이의 고집을 누그러뜨리는 역할도 한다.)

부모: 대신 엄마가 내일은 꼭 차로 지블리를 데리러 올거야. 어때? 아니면 지금 엄마랑 집에 가서 차타고 드라이브를 할 수도 있어. 차 타고 지블리랑 엄마랑 장보러 마트 갈까? (현재 상황에서 가능한 선택지를 준다.)


아이가 진정되고 나면 저녁 식사 시간이나 잠자기 전, 내가 전달하고 싶은 말을 다시 정리해 준다. 이때, 하면 안돼, 하지마 보다는 더 나은 선택지를 제시하는 연습을 한다.

지블리야. 다음에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울지말고 엄마에게 이야기해줘. 그래야 엄마가 준비를 할 수 있거든. 엄마는 지블리를 사랑하니까 지블리가 원하는 일은 해주고 싶거든.


행동 울타리를 만들 때 주의할 점은


  모든 아이의 행동울타리가 똑같지는 않다. 어떤 아이는 행동울타리가 넓어야 하고, 또 어떤 아이는 넓지 않더라도 만족한다. 어떤 아이는 세세하게 지침이 내려지는 행동울타리를 안정감있게 받아들이고, 또 어떤 아이는 굵직 굵직한 기준만 있는 울타리를 선호한다. 내 아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바로 부모다. 부모가 상황마다 침착하게 아이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여 선택지를 주면 되는 것이다.

  아이들도 간을 본다. 될 자리에 다리를 뻗는다. 한번도 부모에게 지지 않은 아이는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에도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는 법이 없다. 아이에게 행동울타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가 자존감을 다치거나 주눅들지 않을까 걱정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 행동 울타리는 아이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가 스스로 행동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행동 울타리는 가시나무로 된 위험한 울타리가 아니라, 아이가 준비가 되면 언제든 문을 열고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이다.

  아이의 행동을 울타리로 막을 때는 다른 쪽을 터주어야 한다. 하면 안되는 행동을 이야기 한 뒤에는 해도 되는 행동을 두어가지 알려주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아이가 커 갈수록 해도 되는 행동의 가짓수는 많아질 것이고, 아이는 스스로의 잣대에 의해 본인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아이가 될 것이다.

  10여년 동안 다양한 아이들을 만났다. 교실에서 다른 아이를 위협하는 아이도 만났다. 누구에게든 대들며 자신의 강함을 보여주려는 아이도 만났다. 내 반응은 똑같다. 아이들은 나쁜 것이 아니라 모를 뿐이다. 아이에게 행동 울타리를 통해 교실에서 되는 행동과 되지 않는 행동을 알려주면, 아이들은 분명히 변한다. 십여년이 넘는 기간동안 행동 울타리는 언제나 효과가 있었고, 아무리 자유분방한 아이도 행동 울타리를 불편해 하지 않았다. 행동 울타리는 아이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으면서 본인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3월 한달 동안의 교실이 바쁘게 돌아가는 이유는 행동 울타리를 뚝딱뚝딱 망치질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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