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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혁재 Mar 06. 2017

병인이 뭐지?

건강하게 삽시다 

환자들과 상담을 하면서 '병인'을 이야기 하면 많은 분들이 '병인' 이라는 말에 대해서 매우 생소하게 생각을 합니다.

환자들의 얼굴에서는  "병인지 뭐지?" 라는 질문이 바로 나올 것 같은 표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병인'은 말 그대로 '병의 원인'을 말합니다.

그런데 "의사가 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걸 굳이 그렇게 병인이라고 이야기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병의 원인을 찾아서 치료하는 것이 의사의 본업인데 제가 하는 진단법을 병인이라고 이름붙여 설명을 한다는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다른 의사나 혹은 다른 진단법은 병의 원인을 해결하지않고 뭐 다른 것을 치료하는 것도 아닐텐데 말입니다.


병인을 설명하기에 앞서 우선 진단과 치료에 있어 한의학과 양의학이 뭐가 다른지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동서양의 진단에 있어서 가장 많이 다른것은 변병론치와 변증론치 입니다.

서양의학은 변병론치에 가깝고 한의학은 변증론치에 가깝습니다.


변병론치란 병명이 중요한 것입니다. 변병론치를 잘 하기 위해서는 혈액검사 소변검사 초음파 엑스레이 엠알아이 등등 진단 기기등을 통해 객관적이고 표준화된 뚜렷한 병명이 나와야 하고 그래야만 거기에 맞는 처방과 치료가 가능합니다.

병명이 나오지 않으면 처방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물론 전부가 다 그런건 아니지만 그런 성향이 짙다는 것이지요.


변증론치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증상이 중요한 것입니다. 여기서 '증'이라는 말이 참 중요한데 이것은 크게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겉으로 보이는 증상들을 포함해서 그 외에 체질적인 특성 개인의 습관과 환경 직장 가족관계 성격 등등 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상황들 모두를 포함한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변증론치는 병명이 뚜렷하게 나오지 않더라도 그 환자에게 맞춤식 진료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만성 소화불량으로 고생을 하고 있어요. 뭘 먹어도 소화가 안되고 조금만 과식하면 배가 아프거나 설사하거나 토하기를 반복 합니다. 

병원에서 검사를 해보니 장에 가스가 많이 차고 소화액분비가 잘 안된다는 겁니다. 

만성소화불량이라는 일단 진단이 나왔지요.

그러면 소화효소가 들어간 약을 먹게 되겠지요. 그렇게 해도 소화는 잘 될 것입니다.


이 분이 한의원에 왔어요 소화불량이지요 그런데 한방에서는 소화불량의 원인을 보는 방법이 달라요 소화효소 분비가 잘 안되서 온다고 생각하지 않지요. 그것 또한 다른 원인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의 현재 상태에 따라서 '기허' '혈허' '음허' '양허' '노권' '칠정'' 담음' '식적' 등으로 진단을 하고 그것을 해결해서 자연히 소화가 잘 되게 하는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기허' 한가지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기허'라는 말은 우리가 평소에도 자주 쓰는 말이기 때문에 대표적으로 골라 봤는데요.

'기허'가 원인이 되면 소화불량이 올 수 있습니다.  


'기허'는 말 그대로 기운이 없는 것이지요. 기운이 없으면 음식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소화불량이 발생 합니다. 우리가 평소에도 밥먹을 힘도 없다 뭐 그런 말을 하잖아요. 기허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기허가 있는 분들은 소화제를 아무리 많이 오래 먹어도 소화불량이 좋아지지 않습니다. 일시적으로 속이 후련해 질 수는 있어도 근본적으로 낫지가 않아요. 기운을 끌어 올려주고 기운을 도와주어야 좋아집니다.

이게 바로 양방과 한방의 차이라는 것입니다.


뱐병론치와 변증론치는 상황에 따라 어느것이 더 잘 활용 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무엇이 더 좋다 이렇게 말 하기는 힘들어요.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것이 바로 동서양 진단의 다른 점 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한의학 진단에 있어서 병인은 병의 원인인데 그 병의 원인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 하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습관이나 환경을 관찰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특정한 증상들을 파악해서 진단을 하고 치료 하는 것입니다.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사람이 타고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특정한 체질로 보는 것을 체질의학이라고 본다면 병인은 변증론치라는 점에서는 양방의학과 당연히 구분되며 특정한 체질보다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습관과 환경에 의해서 질병이 발생한다고 보는 시각에서는 한의학의 체질의학과도 구분되며 오장육부의 조화로움이 깨져서 병이 발생한다는 한의학의 장부변증과도 구분이 됩니다.


여러분들이 한의원에 갔더니 원장 선생님에게 간이 허하다 간에 열이 많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분은 장부변증을 하시는 분이라고 알면 됩니다.

그리고 당신은 소음인이다 소양인이다 혹은 금체질이다 목체질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체질의학을 하시는 선생님에게 진료를 받으신 것입니다.

당신은 노권이다 칠정이다 담음이다 방로다 식적이다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저와같은 병인으로 진료하시는 선생님을 만났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신기한것은 한의학적 진단방식은 다르지만 사람의 증상을 중심으로 진단을 하는 변증론치는 같은 것이기 때문에 최종 치료는 비슷하고 무엇으로 치료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는 길은 달라도 결국 정상에서 함께 만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사람과의 관계가 더욱 복잡해지고 환경도 점점 나빠지고 음식이 넘쳐나고 일이 넘쳐나는 현대사회일수록 습관과 환경에서 비롯된 병인의 중요성이 점점 더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습관병 환경병에 대한 관심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 일본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에서 많은 연구와 논문들이 급증하는 것을 보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병인을 제대로 알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병인을 제대로 알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습니다

병인을 제대로 알면 질병을 잘 치료할 수 있습니다.

병인은 한의학이 인류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입니다.


병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은 앞으로 하나하나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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