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혁재 Apr 19. 2017

한증상과 열증상 (寒熱)

감기를 심하게 앓고 난 후 갑자기 춥고 오한이 들어서 이빨이 부딪치도록 덜덜 떨고 

감기약을 먹으면 식은땀만 줄줄 나고 추운 증상은 더 심해져서 

보일러에 전기장판에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써도 추위가 가시지 않는다던 분이 있었습니다.


이 분에게는 조금 특이한 증상이 있었습니다.


보통의 경우 추위를 많이 타면 몸이 냉하기 때문에 갈증은 없고 따뜻한 물만 조금 마실뿐 

찬 물이나 찬 음식은 전혀 입에 대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추위를 많이 타는데도 갈증이 심해서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킵니다.

이것을 한의학에서는 열궐(熱厥)이라고 합니다.

열이 너무 심하면 겉으로 추운 증상이 나오는데 

겉으로는 한증이지만 실제로는 심한 열증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기가 열증인지 한증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것은 1.갈증과  2.소변의 색  이렇게 두 가지 증상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열증은 갈증이 있으면서 소변색이 진하고 한증은 갈증이 없고 소변색이 맑습니다.


위 환자의 경우 겉으로 볼 때는 한증이 있었지만 열증으로 진단하고 

몸 안의 열을 풀어주는 차가운 약을 위주로 한 처방을 쓴 결과 모든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추워서 벌벌 떠는 분에게 차가운 성질의 약을 쓰는 것은 

우리 몸의 한열관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쉽게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몸은 열증과 한증이 언제나 일정하게 단 한가지로 항상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환경과 습관에 따라 때때로 열증으로 나오기도 하고 한증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밖으로 보이는 증상만 가지고는 

그 사람이 열증인지 한증인지 쉽게 구분하기가 어려우므로 

갈증과 소변상태 이렇게 두 가지의 증상을 반드시 확인한 후 

맥을 보고 배를 만져보고 혀의 상태를 보는 등의 추가적인 진단을 통해서 

병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환경과 습관에 의해서 증상들이 만들어지고 변화하고 하는데 

이것을 가장 잘 치료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병인변증입니다.


병인은 병의 원인을 말 하는 것인데 

병인변증은 병의 원인이 그 사람의 생활습관과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내가 어떤 병 또는 증상을 앓고 있는데 내 몸이 열성인지 한성인지를 명확히 안다면  

그에 맞는 음식과 약을 선택하기는 수월할 것입니다.


열성이라면 열을 풀어주는 시원한 성질의 음식과 약을 쓸 것이며 

한성이라면 추위를 풀어주는 따뜻한 성질의 음식과 약이 필요할 것입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증상들이 있더라도 

갈증과 소변상태만 확인하면 현재 자신의 상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병인은 사상체질과 같은 체질변증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체질의학은 타고난 저마다의 고유한 특성이 있어서 

병이 들면 언제나 그 체질의 특성에 맞게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병인변증은 타고난 체질도 중요하지만 

현재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습관과 환경에서 비롯된 증상들을 파악하여 

현재 그 상황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얼핏 보면 너무나 다른 이론체계인 것 같지만 

사람 개개인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치료하는 한의학 정신으로 볼 때 

결론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오늘 조금 어려웠나요? 

낮에 화장실을 갔는데 소변색이 평소와 다르게 진하고 노랗게 나왔을 때 

‘점심때 참외와 오이를 먹어야지’ 하고 생각하셨다면 이미 다 아신 겁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변병(辨病) 과 변증(辨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