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같은 반에 지원이라는 귀여운 아이가 있었다. 밝고 예의 바르고 사근사근한 기분 좋은 성격이어서 누구나 이 아이의 친구가 되고 싶어 했다. 나는 지원이네 집에 딱 한 번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정원이 딸린 으리으리한 2층 주택이었다. 얘는 못 가진 게 뭘까. 부러움에 지금까지 그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집에 돈이 많으면 그 집 자식은 안 봐도 오만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으로 자랄 거라 단정했다. 그러니까 나는 부족하게 키워야지. 그게 아이를 위한 건지 아니면 내가 돈 벌기 싫어서 그런 건지는 지금 좀 헷갈리지만.
하지만 뭘 몰라도 한참 몰랐다. 유복하게 자라서 참 바른 아이들도 있었다. 내 기억 속 지원이 같은.
결국 아이의 인성은 집에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키우느냐의 문제였던 것이다.
그런 얘기를 하면서 우리 부부는 모모를 뒷좌석에 태우고 가벼운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우리도 젊을 때 돈을 좀 더 벌어야 할까 봐.”
“부족한 거 없이 해주면서 내가 교육 잘 시킬게!”
내가 돈 얘기를 하자 남편이 재밌어한다. 항상 돈 걱정은 남편 몫이고 나는 '어떻게 하면 돈을 덜 벌고 더 놀아볼까’하는 쪽이었기 때문이다.
겨울에 군고구마를 팔아볼까? 과일잼을 좀 만들어야겠다, 라는 이야기를 하며 평생 한 번도 꿈꿔보지 않았던 부자가 되는 상상을 해본다(내 기준에 부자는 상식적인 부자와 조금 다를 수는 있겠다).
어제는 싼 맛에 저렴한 브라우니를 먹었는데 하루 종일 속이 좋지 않았다. 역시 좋은 재료로 만든 비싼 디저트를 먹었어야 했나, 비싼 디저트에도 설탕은 가득 들었겠지만.. 역시 음식은 재료를 좋은 걸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속이 안 좋아. 뭔가 얼큰한 게 먹고 싶네. 먹고 들어갈까?”
“밥 해놓고 나왔는데... 그건 내일 먹지 뭐.”
그렇게 우리의 가벼운 드라이브는 산골을 벗어나 경주 시내로 향한다.
가는 길에 기름을 넣어야 한다. 기름값이 또 올라서 1,668원.
태양열로 충전하는 차가 나왔으면 좋겠다. 우리 집에는 차고가 없어서 여름에는 땡볕에 차를 세워 놓는데, 차 안이 찜통이다. 그 열로 충전하면 딱인데.
밥 먹으러 시내까지 나가는데 왕복 1시간 20분, 차비로 약 1만원이 든다. 셋이서 먹은 밥값 2만원 까지.
가볍게 시작했던 드라이브는 3만원 지출을 남기고 보온밥솥 안에 5시간 지난, 아무도 뜨지 않은 밥도 한가득 남겼다.
이번 겨울엔 군고구마를 좀 팔아야겠다. 어디 보자, 기계가 백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