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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May 04. 2022

프로젝트 안암(安岩)

#08. 브랜드 가치와 문제 해결

그사이 있었던 많은 일을 뒤로하고, 기록으로 꼭 남겨두고 싶은 마음에 시간을 내어 글을 남겨본다. 

안암을 오픈하고 첫 봄을 맞이하여, 가게를 연 사람으로 운이 좋게 사람들이 줄을 서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하고, 그에 따라 해결해야 될 문제들도 생기곤 한다. 

계절을 타는 이 상권의 봄과 가을은 "안암"이라는 플랫폼이 전부 담아내지 못할 만큼의 손님이 쏟아져 들어온다. 이는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상권의 특성이다. 




우리 가게의 좌석은 13개, 평균 식사시간은 약 15-20분. 해서 회전이 빠른 편에 속하지만 웨이팅 번호로 14번째 손님부턴 타이밍이 잘못 맞으면 40분을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많은 가게들이 사용하는 웨이팅 어플을 알아보았고, 약 2주의 대기기간을 거쳐 설치도 하였다. 사용하기로 한 앱의 조건은 앱 제공사의 대기 예약시스템을 승인할 것. 그것만으로 웨이팅 앱과 패드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웨이팅 앱을 사용하기 전의 손님의 심리상태는 보통 이렇다. 꼭 이렇게 세워둬야 하는 걸까? 다리 아프고 지루한데 이런 과정을 거칠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치우는 건 또 왜 저렇게 오래 걸리며, 식사하는 사람들은 왜 저렇게 오래 먹는 것 같을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아니라 하더라도 마음속에 드는 생각을 잘 갈무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기다리는 시간을 즐기는 분들도 계실 테지만.


웨이팅으로 생기는 문제를 정리해보자면, 

1. 신체적 불편함 

2. 지루한 시간낭비

3. 그에 따른 음식 가치의 훼손 

등이 있겠다. 

앱 설치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를 시킬 순 있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쉽사리 가게를 떠나지 않고 주변을 서성인다. 차례가 돌아왔을 때 순서가 지나칠까 염려되는 그 불안한 마음을 모르지 않기에 앱을 사용하기 전 설치해 둔 웨이팅용 의자를 그대로 두었다. 

타일 미싱을 하곤 한다. 음식이 올라가는 곳에 대한 청결은 내 책임이다. 

웨이팅이 가진 지루함- 그 지루함이 불러오는 음식 가치 절하- 불만족스러운 경험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그 지루한 시간을 이겨내려는 노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10-15분 안에 식사를 경험할 수 있다면 "웨이팅을 해야 하는 음식점에서 운 좋게 빨리 식사가 가능했다."는 경험이 되므로 식사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지만, 그 음식이 20-4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가치가 있는가? 에 대한 대답은 쉽게 할 수 없다. 물론 웨이팅이 250팀씩 생기는 가게는 손님들이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긴 했지만. 


그런 손님들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느낀 건, 대다수의 손님들이 동행과의 대화를 통해 지루함을 이겨내진 않는다는 것. 인스타그램이나 기타 웹 사이트의 피드를 새로 고치고, 또 새로 고치다 결국 지루한 표정을 짓는 걸 보다가 문득 깨달은 것이 있는데. 




우리는 보통 식사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그 음식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과정을 거치진 않는다. 그 순간 핸드폰에 보이는 뉴스피드, 스낵 콘텐츠를 소비한다.

만약 이 시간을 우리 브랜드를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시간으로 바꾼다면 어떨까?


몇 가지 가설을 세워본다. 

1. 가게에 방문하시는 손님들 대다수가 우리 가게 음식에 흥미가 있거나, 호의를 가지고 있다. 

2. 오픈 초반에 모든 손님에게 음식에 대한 설명을 했다. 분명 서비스 만족도는 더 높았다고 생각한다. (도슨트를 떠올리며 만족하시는 분들이 많았던 건 동네 특성이지 않을까 싶다.) 

3. 일행의 1명 정도의 손님이 가게 정보를 알고 공유한다. 3분의 1 이상의 손님은 우리 가게에 대한 정보탐색의 욕구는 없지만, 정보를 수용할 의사는 있다고 생각해본다. 

4. 우리는 대부분 더 많이 이해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관여도), 만족도를 높게 평가한다. 어떤 것의 가치에 대한 이해는 수용한 정보량과 관련이 있다.  

5. 그리고 특정 요일이나 시간대의 손님들은 웨이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루하지만 겪어야 할 웨이팅 시간에 우리 브랜드를 알리는 시간으로 사용한다면, 식사에 대한 만족도는 더 높아지지 않을까? 그래서 내린 문제 해결 방향에 대한 결론은 시간의 가치 전환이다.  


나는 손님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담은 출력물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정보를 수용한 손님들이 좀 더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실 거라는 믿음으로, 인디고 사이트에 여러 번 연락하면서 나름의 경험을 응용하여 일종의 브로셔를 만들어서 제공한다. 


어느 정도 이런 내용 


가게 일을 하면서 틈틈이 내용을 정리하고 디자인한다. 처음 만드는 것이니 손님들의 반응을 확인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아마추어인 게 티 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빨리 내놓아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디고 사이트를 엄청 괴롭혔다.


내용은 그간 많이 질문받았던 것. 그리고 알면 더 좋을 내용들을 중점으로 한다.  소비자 경험을 중심으로 생각했을때와, 안암이란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으로 녹일 수 있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아본다. 


끝끝내 만들어낸다.

누차 말했듯, 음식은 내 생각을 전달하는 매개체이다. 그리고 그 가치를 전달하는 방식을 꾸준히 고민하고 시도하며, 더 많은 이해를 만들어내는 것은 나의 역할이기도 하다. 말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알 수 없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브랜드들이 존재할까? 나는 스와니예에서의 시간 동안 가치를 온전히 이해시키기 위한 브랜딩을 많이 고민했고, 끊임없이 내가 말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관심 가져주지 않는다는 것 역시 너무 잘 이해하고 있다. 


기다리는 손님들의 지루함이 설렘으로 바뀌는 열쇠가 되어주길 바라며. 

사람을 한 명 성장시키듯이, 식물을 애지중지 키워내듯이, 안암이라는 브랜드는 천천히, 건강하게 자라줬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번 기획은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안암이라는 공간이 줄 경험을 좀 더 만족스럽게 만들어주는 영향력을 가져보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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