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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Oct 06. 2022

프로젝트 안암(安岩)

#13. 넛지

 1.nudge


  가게엔 인식은 하되 이해는 필요 없게 의도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마케팅이라면 마케팅이지만 소비에 가치를 얹는다는 것은 그저 식사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므로 잔재주라고 볼 수 있는 것들로 손님들이 가게를 이미지화하는 포인트로 만들기도 한다. 


1-1. 공간 



  이 공간은 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의 생각이 담겨있다. 

필요 없는 것을 제외하여 본질에 가까워야 하고, 식사로 배가 풍족해질 수 있어야 하며, 곁에 있는 사람과 나눌 수 있어야 하고, 그 광경을 사람들이 궁금해해야 하고, 그 부분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기존 서비스 제공자들이 지닌 단점(불친절, 비위생, 불안요소 등)을 해소한다 등이 있겠다.

그 기획을 만들게 된 기반 중 한 가지가 사람들의 퍼스널 존(Personal Zone & area)이다. 무의식적으로 정해둔 주변의 범위가 있는데, 그 범위 내에 모르는 사람이 들어오면 불편해하고 경계하게 된다. 

우리 테이블은 약간 그런 범주를 넘을 듯, 넘지 않을 듯하게 구성되어 있어 편하기도, 불편하기도 하다. 

사람들의 시선이 편하게 자신의 음식을 준비하는 곳에 닿아 있어야 하고, 동행과의 대화가 불편하진 않아야 하며,  무례한 손님이 우리 직원에게 선을 넘을 경우 타인의 테이블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위치. 

그런 환경 조성으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한번은 더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우리 직원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의 실수를 숨길 수 있는 환경이 아닐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런 과정으로 우리는 신뢰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고, 직원들 또한 자신들이 친절했을 때 존중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길 거라 믿는다. 



한옥 지붕 역시 소비자가 음식 가치를 인지하는 것에 포함된다.
음악
재즈(Jazz)를 그냥 즐거이 소비하는 편이라 카테고리를 명확히 나눌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나 되도록 점심엔 스윙 위주의 재즈를, 저녁엔 블루스 위주의 재즈를 틀어두려고 하는 편이다.
이는 회전율, 그리고 분위기를 조절하기 위해서이므로 공간의 기획에 필요한 한 가지 요소였고, 
실제로 나는 재즈를 좋아한다. 그리고 음악 템포에 따른 회전율 변화는 이미 확인했다.




1-2. 브로셔


  이 공간에서 소비하는 것들에 대한 설명이 모두에게 필요하진 않다. 

하나 도슨트에게 설명을 들은 작품을 내가 아는 것보다 더 알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는 것처럼, 

저 사람의 생각을 통해 전달되는 작품의 의도가 내 눈에 보이는지 확인하고 싶은 것처럼, 

사람들 역시 자신이 시간을 들여 소비하는 것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 의도대로 즐기려고 노력하게 된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고, 그 특수성을 가진 사람들이 분명 있다. 특히 전시가 많은 북촌은 더더욱.

리뷰나 매출내용을 확인하면서 그 효과를 확인할 의미 있는 데이터가 쌓이는데 

그중 한 가지가 잔술의 판매량이다. 

궁금할 내용과 소비할 수 있는 맛의 가치를 담는다.

술값이 오르면서 자연스레 잔술의 가격도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랐고, 천 원의 차이는 잔술 소비량의 약 20%를 줄였다. 해서 브로셔를 통해 잔술을 누가 만드는지, 어떤 느낌인지, 왜 추천하는지 적어두었고, 

실제로 잔술의 소비가 달에 40% 정도 늘었다. 브로셔 전엔 고민하다 1잔 정도 시키는 사람이 있었던 반면

브로셔 후엔 앉으면서 인원수만큼 술을 시키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국밥에 대해 곱씹으면서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 그전까지 사람들이 우리의 국밥을 소비하면서 가지던 국밥의 기준이 맛없는지 새로운지가 전부였다면, 기획의도에 맞게 즐길 수 있는지, 재료의 사용을 이렇게 한 이유가 느껴지는지 등 새로운 기준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러고 나면 만족도가 0%, 50%, 100% 던 기준을 5~6가지 기준으로 만들어 줄 수 있고, 우리 음식의 가치나 우리 직원들의 가치 역시 높일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모르던 것들은 그냥 몰라도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르던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분명 그 가치를 더 잘 소비한다. 



또한, 브로셔는 존재 자체로 가치가 된다.
읽든 읽지 않든 흔하디 흔한 브랜드 설명서라는 느낌으로 와닿았다 하더라도
존재 자체로 소비자의 한구석에 자리한다.
궁금증이 생기는 순서가 다를 뿐, 식사 후 나가면서 브로셔를 한번 더 들춰보시는 분들도 많다. 
가끔 애써 준비한 브로셔를 툭 던져놓는 것을 보면서 혼자 가슴 아파하는 것은 덤이다. 
배민 브랜드 총괄하시는 분이 말씀하시길, 브랜드 하는 사람은 브랜드가 자기 자식 같아서 원래 그렇단다. 그래서 잘 분리하는 습관도 길러야 한단다. 난 내가 소심해서 그런 줄 알았다.



물론 브로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고민을 했던 내용도 있는데, 

안암은 왜 안암인 것인가? 초록 기름은 무엇인가? 에 대해 궁금하기 전 미리 설명을 해주는 것이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는 것에 물을 뿌리는 것이 되진 않을까 하는 고민 때문이었다. 

관찰해보니 이 가게를 오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가게에 도착해서 궁금증이 생기는 게 아니었다. 

호기심을 가진 채로 앉아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 역시 확인했다.  


사람들이 웨이팅 중 느끼는 지루함을 어떻게 브랜드 가치로 전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브로셔는 내가 관찰할 거리를 만들어주었다. 나는 안암을 통해 참 많은 것들을 얻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수와 녹색 기름은 사람들이 우리 음식을 인지하는 포인트다. 차별점이자 특색이다.

 




 1-3. 설문지 


음식에 가치를 얹는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브로셔를 통해 한번 더 확인했으니, 더 심도 있는 기준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항상 말하던 대체 맛있는 것은 무엇인가?? 에 대한 고민은 몇몇 요리사들을 제외하곤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 없을 것이므로, 이 고민을 손님들에게 던져보기로 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질문이 왔을 때 고민을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서면에 적힌 질문을 읽고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하다.(물론 귀찮아한다.) 해서 생각해보았다. 
만약 질문지의 내용이 우리 음식을 소비하는 것에 가치를 높여주는 방식이라면,
그리고 그 질문을 통해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좋은 음식에 대한 가치관을 가지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 참 좋겠다, 싶었다.
디자인을 정리하고 있는 설문지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3가지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람들은 내가 질문지에 작성해둔 내용을 기준으로 우리 음식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고,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맛있게 생각하고 있는지 정보를 얻게 될 것이며,

이 과정을 통해 우리 인스타그램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 


어차피 웨이팅을 하는 동안 시간은 많으므로, 참여율을 높일 방법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기대한 내용대로 흘러갈지는 반년 후쯤에나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구인


구인에 관한 생각 역시 좀 달라졌다. 

왜 사람이 구해지지 않는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이 그렇고, 업종이 그렇고, 요즘 애들이 그렇다?

1년 정도 의미 없이 잡코리아에 돈을 썼단 기분이 들었다.

이 돈이 차라리 직원들에게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럴 방법은 없는 건가?

일할 사람이 많을 때를 생각해보니 항상 나는 회사에 나를 판다는 느낌으로, 또 동업자에게 자신을 설명하는 느낌의 이력서를 썼다. 그런데 왜 나는 사람을 구하면서 구인란에 공지글 하나 올려놓는 느낌으로 계속 구인을 한 걸까? 


사장의 입장이 되니 많은 것들이 보수적으로 변한다. 말 바뀐다는 말 듣고 싶지 않아서 지킬 수 없는 약속은 안 하고 싶고, 오늘 보고 내일은 또 모르니 희망찬 미래를 약속하는 글을 남기기도 어렵다. 이런저런 계획들을 미주알고주알 늘어놔봐야 어떤 사람이 올지도 모르는데 왜 나는 안 해주냐고 하면 할 말도 딱히 없다. 


그래서 전략을 바꿨다. 우리 직원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해 주던 것들을 풀어서 설명하고, 계획을 설명하고,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다각화했다. 마케팅의 개념에서, 내부 브랜딩의 개념에서 그들이 얻을 것들을 설명하면서 가치를 얹어봤다. 누구나 망하지 않을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하고, 누구나 유명한 곳에서 가볍게 일하고 싶어 하는데 우리는 그런 회사는 아니니까. 나름의 우리 가게를 판매할 포인트를 만들어서 정리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다음에. 

구인광고 비용을 직원에게 돌려주는 것. 그 일부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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