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별 일
아침부터 묘하게 꼬이는 날이었다.
참지 못할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닌데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결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문자, 5차례나 보완서류를 보내라는 공무원, 신혼여행 중 묵었던 숙소의 결제가 월결제 부과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카드사의 메일 등. 확인을 제대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그런 이상한 것들 투성이.
일단 우선순위를 정하고 한 개씩 한 개씩 해결하면서 든 생각은 어쩌면 오늘 조금 더 꼬이는 날일 수 있겠네.
출근해서도 참 별일이네 싶었다. 날씨도 그랬고, 그래서인지 직원들 실수도 잦았다.
흔치 않은 일인데, 참 별일이네.
나는 아침부터 긴장을 잔뜩 하고 하루를 보낼 준비를 했기에 문제를 차곡차곡 해결했고, 직원들은 직원들대로 각자의 인상과 함께 점심 서비스를 보냈다.
오후쯤부터 이상할 정도로 축하연락이 왔다. 미슐랭 빕구르망이 발표되었고 안암이 포함되어 있단다.
나는 검색을 아무리 해도 안 보이는데 사람들은 발 빠르게 연락을 해줬다.
고맙고, 기뻤고, 부끄럽고, 미안했다.
만 3년의 시간을 보낸 안암에 더 많은 사람이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만감이 교차해 그 시간들을 짚어보니 오늘 일어난 그 별일들을 차곡차곡 해결했던 경험을 쌓아왔던, 안암을 열고 경험했던 그 별일의 시간들이 떠오른다.
수많은 별 일들이 익숙해지기까지 경험한 시간 이후에 누군가 그 별 일들을 알아주는 기분이라 기뻤다.
수많은 사람들이 겪었을 그 별일의 시간들이 눈에 밟혔다.
나와 같은 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게 나보다 잘났다는 걸 알기에 내게 주어진 기회가 미안하기도 했다.
그저 내가 먼저 시작했기에 주어진 기회이기도, 그래서 먼저 발견되었을 뿐이기도 하니까.
해서 밖에 나가면 전보다 말수가 줄었다. 축하한단 말에 답할 수 있는 말이 많지 않다.
나는 진심으로 우리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니까.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더 섬세하게 다루려고 노력할 뿐, 역시나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어느 공간에서도 가장 잘나 본 적 없던 나는,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발버둥 치는 법만 익혀왔다.
그러다 어느샌가 사장이 되어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보단 조금이라도 잘나야만 했다.
나는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 중 별 일을 가장 많이 겪은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항상 앞장서서 새로운 별일들을 겪게 되겠지. 아마 일이 잘 풀린다면 앞으로도 그래야만 할 테다.
그렇게 생각하던 시간도 있다. 왜 내겐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내가 과연 감당할 수 있는 걸까.
경험해 보니, 언제나 감당할 책임이 있을 뿐 능력이 있는 건 아니었고, 꿋꿋이 감당하다 보니 어느샌가 해결되어 있기도 했고, 그 나한테만 생기는 일들은 나에게만 생기는 일도 아니었다.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단지 자신 앞에 놓인 실타래를 해결하고 있을 뿐이다.
내게 잘났다는 건 그 별일들을 참 많이도 겪었다는 뜻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내 동료들보다 아주 조금 잘난 체로 앞장 서 있다. 나는 그 경험을 잘 갈무리해서 함께 있는 친구들에게 전달해주고 싶다.
나 혼자 해결할 수 없던 별 일들을 함께 해결해 줄 동료들이, 나보다 조금은 덜 아마추어 같이 시작하길 바라면서.
험한 곳에서 시작했던 내 별일의 과정이 누군가에게 다시금 인정을 받았다.
내가 겪는 모든 별일들은 나에게 그렇게 남았고, 앞으로의 별일들도 그렇게 남을 예정이다.
힘내자. 또 새로운 실타래를 들여놓을 힘도, 그렇게 겪을 수많은 별 일들을 앞장서 해결할 힘도 필요하니까.
별 일이다. 심해에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공간에서 자신의 취향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것만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