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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Mar 05. 2024

프로젝트 안암(安岩)

#38.  홍어 먹니?

  어느 날엔가 "잡솨"님의 홍어 먹방을 보다 어째선지 나는 제대로 된 홍어를 먹어보지 못했단 생각이 들었다. 목포에 있는 홍어집 이야기를 여러 번 하길래, 전라도는 맛있는 음식이 참 많다던데 계획을 하지 않으면 갈 일이 없네. 그럼 이 기회에 목포를 한번 갈까 싶어 아내에게 물으니 자신 없어하길래,
그럼 직원 중에 먹는 사람 있으면 같이 한번 다녀올까 싶어 직원들에게 물었다.


"혹시 홍어 먹니?"



당일치기로 교통비만 각자 내고, 음식은 내가 산다! 이렇게 비교적 간단한 여행 목적을 제시했다.

"가겠습니다."

"갈래요"

"가죠 뭐"

"네!! 좋아요!"

"??? 다간대요??? 그럼 저도."


나:???????


날짜도 안정했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언제 갈 거냐고 묻기에

" 빠르면 좋지 않나? 다음 주 월요일에 갈까?"

한마디 했더니 점심에 옹기종기 모여 기차표를 알아보고 있더라고......

그러다 다음날엔, 여행 스케줄도 나와 있더라고...

6끼라고..???

그러다 월요일 오전 기차표가 없어, 전날(일) 저녁에 선발대가 출발하기로 했는데 마감조 2명만 다음날 오후 출발이길래.


"그냥, 밤에 다 같이 가자."


그저 홍어를 한번 먹어야겠다. 했던 가칭 홍어 원정대였던 이 여행은,

그렇게 안암 창사 첫 워크숍으로 진행되었다.


노션으로 공유된 음식점들과, 예약금 입금 요청, 숙소 예약 등 어??? 어??? 어??? 하다 일요일.

급하게 저녁 서비스를 마치고 예약된 택시로 다 함께 이동.

아니 얘들아, 너네가 간다 해놓고 나만 이빨보이면 다른 사람들이 오해하잖아.


실제로 이날 디엠으로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이 "가고 싶어 하는 거 맞음??"이었음.



아니 다 못찍었네.

영상으로 남겨둔 수많은 이야기들과 음식은 우리끼리만 공유하고,

이번 여행에서 내게 남은 이야기를 정리하면.


안암을 창업할 때 즘에, 아내에게 허락 맡은 한 가지가 있다.
"혹시, 직원이 생겨서 워크숍을 가게 되면 외박을 해도 이해해 줘."
"당연히 이해해 줄 수 있어."
"ㅋㅋㅋㅋㅋ 그런 회사를 운영하게 될까?"


그런 회사가 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지 가늠조차 하지 못했을 때 했던 약속이었는데,

그 사이 힘들게 직원을 구하고, 가능한 날이 올까, 했던 2년 하고 반.

그 2년 반, 그리고 결국 그런 날이 오니 둘 다 이상한 벅차오름을 느꼈다.


직원을 구할 수 없어 혼자 가게를 운영하던 시기,

집에선 매일같이 몸살이 나 쓰러져 있는 나를 지켜보던 아내는

우리 가게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보며 내가 느끼는 감정을 공유한다.


찰나였어야 할 그 시간들이, 여전히 돌이킬 때마다 고개를 절래 절래 젓는, 한참 시간이 흐르고나야 퇴색되어 압축될 그 시간들을 지나서야 나는 내 힘듦을 공유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고, 새로운 꿈들이 자라는 작은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고맙게도 우리 직원들은 각자의 다양성을 가지고 이 공간에 존재한다.

그 자존감이 높아 당당하고, 면면히 멋진 구석이 참 많으며, 스스로의 모자람을 잘 채워내려고 노력한다.

나의 동료들은 각자의 인생에서 주연으로 존재한다. 해서 우리 가게엔 주연만 여섯이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소속감과 자존감을 함께 느끼는 집단이라니.


그런 직원들과 함께 일할 복도, 그들의 성장과 내 성장이 같은 방향으로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쁜데, 그들과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사장이라는 점이 나라는 개인으로서의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게 한다.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가 우리로서 성장할 수 있는지, 그 인원이 얼마나 늘어날 수 있는지 모른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의 일터는, 우리의 삶이 소비되는 곳이기도 하다.

해서 직원들의 경험 역시 가치 있어야 하고, 그렇길 바란다.


안암의 구성원들에게 이 여행이 어떤 의미로 남을 진 잘 모르겠다.

직장 동료들과 여행을 한다는 게 생소하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웃게 된 친구도 있고,

깎아지른 직장이 아니더라도 같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친구도 있으며,

그 모든 순간을 남김없이 즐기는 친구도 있었다.

내겐 그저 행복한 일이다.


설마 직원들에게 가족 같은 걸 원하냐고? 사실 나는 그렇다.

서로 미운 점도 이해하고, 좋은 점도 배우면서, 서로 사랑해 주길 바란다.

어렵고, 또 불가능한 일일 거다. 아마 시간이 지나 서로의 성장을 위해 떠나기도 하겠지.


그렇대도 나는 끊임없이 원할 거다. 미워하는 걸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없다.

애정을 가질 줄 아는 사람들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다.

애정을 가져 누군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어리석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우리 직원들이 그 일을 훌륭하게 해낼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선택은 분명히 직원들의 몫이지만, 이 친구들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큰 기업을 만들고, 회사가 성장을 하는 것만큼이나 사람의 마음은 어렵다. 하지만,

10대에 기초생활 수급자로 동사무소에서 쌀 받아가던 언젠가의 내게 안암은 불가능했던 일이다.

고작 몇 개월 전엔 안암의 직원이 여럿이 된다는 것 역시 불가능했던 일이다.

혼자서 해낼 수 없는 일은, 같이 해내면 된다.


내가 꾸고 있는 수많은 꿈의 가지치기 중 한 가지를 이루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그들의 삶에 행복한 기억을 남길 수 있었고,

큰 목표 중 한 가지인,  그들이 훗날 만들게 될 조직이 삭막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가능성을 남겼다.


누군가에겐 내가 여전히 바보 같게 느껴질 거다.

인사 측면에서 눈곱만치도 효율적이지 않으니까.

"비즈니스라면, 이익을 크게 남기고 수익창출을 높여 경영 안정을 꿈꿔야지."


그래야지. 비즈니스라면. 근데 그것도 사람이 하는 거고, 조직이 하는 거야.

기계가 하는 게 아니라니까.

우리 모두는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라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는 거야.

나는 그 방향으로 가기로 했어.

가능한 내가 해결하고, 내가 힘들면 동료들에게 의지도 하고, 그렇게 나답게 방향을 찾기로 했어.

그러다 보면 같은 방향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길 거라고, 나는 여전히 믿어.

난 그것을 통해 증명하려고 해. 내가 정의한 인간의 의미를 말이야.



"사장님한테도 직원들이 따라와서 같이 여행하는 게 의미 있으시죠?"



당연하지. 그건 내게 엄청나게 큰 의미야.

그들과 내가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밀어준 커다란 경험이자, 그 의미라고,

나는 너희가 다음 워크숍 계획을 이야기하는 걸 구경하면서 안암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고,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어.


안암의 첫 번째 워크숍을 함께 해준 나의 동료들


나는 너희를 통해 안암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거든.

그러기 위해 나의 성장은 꼭 필요한 일이겠지.

우리는 앞으로도 각자의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할 거다.

그 과정에서 나의 시행착오들이 너희에게 상처가 되지 않길.

내 결정들이 우리 모두에게 쪽팔리지 않길. 워크숍을 통해 또 다짐한다.



워크숍  끝




그럼, 다음엔 어디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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