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꾼의 곁들임 01
공간 지배자 믹서기. 한번이라도 써보자
DAUM 사전이 설명한 페스토(pesto)의 설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등으로"가 아닐까 싶다.
그 DAUM에 뭘 넣을 것인가?
사전의 정의대로 파스타에만 사용하면
파스타 소스 아닌가 싶지만,
이 친구 그렇게만 쓰기엔 능력이 참 많다.
"등으로"는 참 많은 가능성을 의미한다.
목표는 이러하다.
나는 페스토를 장으로 명명했다.
장에 대해 생각해본다.
곁들여 먹고, 비벼 먹고, 맛을 낼 때 넣는다.
그래서 이번 페스토의 중요한 점은 이러하다.
소금으로 간하지 않는다.
열에 주의한다.
다양한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바질을 사용한다.
숟가락으로 부드럽게 떠지는 농도로 한다.
처음 만들 때야 레시피대로 만드는 게 최고지만
경험 상 제대로 된 레시피는
몇 번이나 수정된 프로들의 노트 안에나 있다.
그건 나한텐 없고, 그건 변수 통제로 같은 맛을 내야 하는 프로들이나 하는 거다.
나는 가급적 눈에 띄는 것들로 해결한다.
마트에서 눈에 띄는 생 바질과 생 오레가노를 담아온다.
올리브유와 레지아노나 파마산은 집에 있으니 집에 있는 것으로 해결하기로 하고,
레몬 주스도 집에 있길래 쓰기로 했다.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마늘을 많이 넣는 편
레몬주스 대충 넣는 편
생 오레가노가 있어서 깜짝 놀란 편
바질 이파리 안따고 넣는 편
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
올리브 오일
그냥 다 넣고 간 봐가면서 믹서기로 갈아주면 된다.
공기나 열을 받으면 색이 변하는 친구들이 있다.
특히나 녹색의 경우 예민한 편이다.
이 친구 정말 쉽게 변하므로 신경을 많이 써줘야 한다.
모터가 밑에 달린 믹서기는 열을 많이 받아 끝날 때쯤엔 안 신선한 색이 되어 있곤 한다.
가급적 잽싸게 만드는데 목표를 둔다.
주저하는 순간 맛은 있는데 맛없는 색된다.
쉬운 거 아니다.
요리사들은 얼음을 같이 넣고 갈거나 데친 시금치, 식용색소 등으로 색을 잡을 때도 있다.
산 추가/공기와의 접촉점 없애기/빠른 섭취 등 방법은 다양하다.
모든 방법을 사용하거나 마지막 방법만 사용하면 된다.
냉동 보관 시엔 크게 상관없고 만들 때 사용량만큼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상관없지만
나의 경우 게으름뱅이이므로 간을 따로 하지 않는다.
안 읽어도 되는 칸
간을 하면 빨리 상한다. 자꾸 간을 봐서 그런가? 간 보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피곤하다. 간 때문이야.
기타 등등 "etc"가 중요한 이유
etc가 붙는 순간 사용할 수 있는 재료는 무궁무진해진다. 그래서 만들고자 하는 음식이 산으로 가게 된다. 어떤 종류의 음식을 할 때 사용할 것인가는 그런 점에서 중요하다.
가장 간단한 페스토 조차 목표에 따라 필요한 페스토가 다르다. 그래서 농도, 재료, 간의 유무, 전부 달라진다.
페스토를 만들 땐 재료를 만든다는 개념으로 접근하자.
오이소박이를 레몬으로 만들진 않는 것처럼, 필요한 곳을 생각하면 만들어야 할 페스토의 느낌을 정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바질이 없네 오레가노가 없네 하면서 포기하진 말자.
갑자기 가만히 있는 믹서기가 눈에 거슬리고 자리만 차지하고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같고 한번 깨끗하게 설거지를 해주고 싶은 욕구가 생겼을 때 (병원을 가보자) 야채칸에 남아 있는 깻잎과 고수가 생각났다?
그럼 깻잎 페스토, 고수 페스토를 만드는 거다.
남들 사길래 한번 따라 사 본 오래된 앤쵸비가 집에 있다? 그냥 넣는 거다. 맬젓 맛있잖아?
매운맛을 좋아하나? 청양고추도 넣는 거다. 맛있어서 놀란다. 샐러드나 고기 먹을 때 있는 척 올려 먹고, 파스타나 샌드위치 할 때 쓰고, 쌈장 없을 때 내놓고. 그러는 거다 원래.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틀을 만드는 건 프로들이 할 행동이다. 모든 날에 같은 퀄리티의 음식을 먹길 바라는 사람들을 위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집에선 그럴 필요 없다. 틀에 갇히지 말자.
집에 딸기가 남았나? 그렇대도 그건 넣지 말자. 과일은 생으로 먹는 게 제일 맛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다양한 경험이지 단조로운 경험이 아니다. 평생 바질로만 페스토를 만들어 본 사람은 페스토는 바질로만 만들어야 하는 줄 안다. 우리 선조들이 배추로만 김치를 담가먹고 살았다면 동치미나 갓김치 같은 음식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재료의 한계에 구애 받을수록 비슷비슷한 음식만 경험한다.
꼭 읽어야 하는 칸
딸기는 넣지 말자.
토마토 살사를 만들면서 남은 걸로 만든 거라 사진을 안 찍었다.
그냥 넘기긴 좀 아쉬워서 글로 남긴다.
.. 여기서? 그것보다 왜??
.. 그런 점이 틀에 갇히지 말자는 나의 말에 진실성을 보여주지 않나?
그래서 비슷비슷한 음식만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분은 도전을 포기하지 말자.
... 질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