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꾼의 집밥 03
고수를 쓰고 쓰고 또 써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고수를 여기서도 쓰고
https://brunch.co.kr/@sobeggun/14
여기서도 엄청 썼지만
https://brunch.co.kr/@sobeggun/4
고수는 여직도 넘쳤다고 한다.
지난번 코스트코를 방문했을 때 등심만 사 온 게 아니다.
남미에서 온 흰 다리새우도 같이 모셔왔다.
여전히 파릇파릇한 고수를 소비하기 위해 새우를 꺼냈다.
냉장고 어디선가 고수가 자라고 있는 게 아닌가 진지하게 생각했다.
오늘은 마라 새우 비슷한 걸 해 먹기로 했다.
향신료를 잘 이해하는 편은 아니다. 음식을 할 때 즉흥적인 편이라 필요한 향신료는 써보고 사용법을 확인하고 까먹는다. 오늘 만든 거 안 적어놓으면 내일 똑같이 못 만든다.
화자오와 마자오는 마라 샹궈나 마라롱샤, 훠궈 같은 음식을 먹을 때 느껴지는 산미에 가까운 얼얼함을 느끼게 해 준다.
마라라는 말이 들어가는 음식들의 공통점을 만들어주는 향신료다. 쓰촨 페퍼라고 부르도록 하겠다.
건고추의 매운맛에 스읍-하고 공기를 빨아들일 때 느껴지는 산미가 있다.
맛이라기보단 얼얼하게 마비가 되는 느낌이 있다. 그게 참 특별하다.
만드는 형태가 거의 인스턴트식품에 가깝다.
파스타든 중식이든 순서를 생각하다 보면 재료 준비하고 볶으면 땡이다 보니 딱히 설명할 게 많진 않다.
하지만 저번에도 이야기했던 기준이라는 게 있으니 기준만 설명하고 넘어가자.
귀찮지 않아야 한다.
쓰촨 페퍼의 맛이 중심이 되도록 한다.
새우는 뭘 해도 맛있으므로 대충 만들도록 한다.
토마토가 먹고 싶으니 넣도록 한다.
중식은 역시 파 기름이라고 생각하니까 파 기름까진 만들도록 한다.
흰 다리 새우
파 흰 부분
건고추 베트남
쓰촨 페퍼
마늘
토마토
라오간마 라조장(콩)
고추기름
굴소스
그리고 고수
계량을 하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조리의 경우 냄비의 크기와 불의 세기, 재료 자체의 수분함량의 평균치 등 기타 여러 변수 등이 조절 가능할 때 적합한 계량이 나온다고 믿으므로 계량은 하지 않는다. 귀찮아서가 아니다.
사실 눈대중을 익히는 건 매우 중요하다. 요리사의 감이라는 게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어디 가서 이런 얘기를 하진 말자.
평소 생각을 엄청 타이트하게 하는 편이라서 음식 할 땐 대충 한다.
반대로 돼야 맞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할 때가 많지만
대충 만들고 생각보다 괜찮은데? 하는 편이 더 자주 만족스럽다.
자극적이게 느껴지는 음식일수록 더 대충 만드는 편이다.
이런 음식은 대게 짜면 짠 대로 싱거우면 싱거운 대로 세게 느껴지는 맛이 있다.
코스트코에서 구매하는 새우는 웬만하면 껍질이 얇다. 머리 포함 껍질 째 씹어먹길 선호하는 나는
새우요리의 7할 정도는 껍질 째 조리하고, 3할 정도는 껍질을 까서 조리한다. 귀찮아서가 아니다.
깐 껍질과 머리는 잘 모아 뒀다가 새우탕을 끓이거나 비스큐를 끓일 때 사용한다.
쓰촨 페퍼가 주는 신맛에 가까운 얼얼함과 방울토마토가 가지고 있는 신맛이 잘 어울린다.
감칠맛을 표현할 수 있는 재료가 3가지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청량감이 필요했다.
고수든 토마토든 쓰촨 페퍼든 씹히면서 입에 남을 끈적한 맛을 많이 씻어준다.
개인적으로 볶음 요리에 과일같이 주스가 많은 재료를 사용할 땐 가끔 계산하고 사용하기도 한다.
라조장은 치트키에 가깝다. 숟가락으로 떠서 밥에 비벼 먹어도 맛있는 편이다. 만두 먹을 때 식초에 섞어서 사용하거나, 찌개 끓일 때 망했다 싶을 때 한 숟갈씩 넣으면 정체불명의 찌개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볶음밥도 마찬가지. 예민한 소스도 아니기 때문에 잘 상하지도 않는다.
돼지고기와 콩으로 만든 게 있는데 콩으로 만든 건 채식주의자들 음식에도 사용이 가능한 모양이다.
한 개쯤 가지고 있으면 좋은 재료.
파 기름은 낼 때마다 신비롭다. 일반 기름만으로는 채워줄 수 없는 풍미를 만들어준다.
이렇게 자극적인 음식을 할 때도 눈에 띄게 시작점을 잡아준다.
기름 자체가 느끼하게 느껴질 때 풍미로 변화시켜주는 역할이랄까.
들인 수고에 비해 음식의 풍미가 고급스러워진다.
코스트코에서 새우를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확실히 새우가 전만큼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식사당 가격으로 따졌을 때 여러모로 고기를 먹을 때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일품요리를 먹는 것 같아 만족도가 높다.
그리고 재료의 질이 생각보다 괜찮아서 머리 째 먹어도 비린내가 없는 편이다.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내가 살찌는데 새우가 이유가 된 적은 없지 않나 싶다.
https://www.mk.co.kr/news/it/view/2019/01/31658/
아니다.
아니야.
상해에 2개월 정도 살았던 적이 있다. 대게 입에 맞는 편이더라.
근데 이 음식이랑은 관련이 없다.
맞다. 병에 그려진 아저씨가 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몇 년째 궁금해하는 중이다.
찬장을 열 때마다 눈을 마주치는데 누군지 알 도리가 없어 마음이 편치 않다.
알 수 없다. 엄청 센 불에 확 볶을 테고, 치킨파우더도 쓰지 않을까?
잘은 모르겠다. 토마토 들어간 것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별걸 다 걱정한다.
단짠이다.
꽃빵 같은 거랑 같이 먹어도 맛있지 않을까 싶은데, 새우껍질을 다 까면 해볼 만할 것 같다. 파인애플 계란 볶음밥을 해놓았다. 그거랑 같이 먹으면 된다. 계란볶음밥은 추 후 업데이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