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집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인장 Jul 28. 2020

파인애플 계란 볶음밥

소비꾼의 집밥 04

원래 목표는 마라 새우와 같이 먹을 계란 볶음밥이다. 
하지만 집에 있는 파인애플과 태국에서의 즐거운 추억은 하와이안 볶음밥을 원하게 만들었다.


볶음밥을 자주 하진 않는다. 

집에 김치볶음밥을 워낙 잘하는 사람이 있기에 밥을 볶는 것은 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먹어야겠다 싶어 해 보기로 한 계란 볶음밥은 파인애플을 만나 혼종이 되었다.

계란이 너무 많았다. 마라가 들어가면 왠지 볶음밥이랑 먹어야 될 것 같은 책임감이 들 때가 있다.




이번 음식의 기준은 노랗게 할 것. 

파가 들어갈 것이 전부다. 

간을 세게 하지 않았다. 

마라 새우가 맛이 강하기 때문에 맛을 순화해주는 존재가 돼야 한다. 




재료

계란 노른자 세알

후추

남고 식은 흰 쌀 밥

파 파란 부분

파 하얀 부분

파인애플

굴소스와 소금 살짝



이렇게 준비하고 이렇게 해준다.

생각의 차이를 존중하는 칸


하와이안 피자를 좋아하는 나에게 조리된 파인애플은  I'm fine 이므로 자주 사용한다.
조리에도 사용할 수 있다니 참으로 fine 한 apple이다.
 


그러면 이렇게 된다.

파인애플은 볶을 때 마지막에 넣어주면 좋지만 다 만들고 나서 생각난 재료라 사진엔 포함되지 않았다.



포인트


볶음밥은 정말 단순하면서 어렵다. 

볶음밥용 밥을 짓지 않는 이상 볶음밥에 사용하기엔 너무 질다 싶은 밥이 집에 있는 경우가 많고

불이 세지 않으면 구운 누룽지 같이 되고 그게 아니면 떡진 비빔밥처럼 된다. 

기름 사용량이 중요한 편인데 그게 참 어렵다. 

나의 경우 기름을 쓸 때 튀겨질 듯 말듯한 정도를 유지하는 편이다. 

화력이 세다면 불향을 입히는데 편하고, 약하다면 밥알을 떨어트리고 기름에 닿는 면적을 넓게 해서 구워지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데 집중한다.


일반적인 볶음밥을 만드는 방식은 아니다. 계란을 튀기듯이 볶다가 밥을 볶지만, 계란에 밥을 비볐다.

중간에 계란이 씹히면 고소하고 매력 있지만 이번 경우는 마라 새우의 사이드 메뉴에 가깝고

파 향에 집중하길 바랬다. 파 기름을 뽑고 마지막에 파란 파를 넣어주는 것에 신경 썼다.



손님 중에 중식을 하는 손님이 있는 게 아니라면 집의 화력이 약해서 그렇다고 말하고 넘어가라. 

다들 사회생활해본 사람들이라 어물쩍 넘어가 줄 거다.


그럼에도 "이것은 진정한 볶음밥이 아니야!!!"라고 말할 친구가 있는 사람

 

만화에선 보통 그런 사람이 주방을 빌려 쓴다고 말하면서 직접 황금 볶음밥을 보여준다.

리액션을 준비해라. 식은땀은 기본이다. 

(리액션 참고 서적: 미스터 초밥왕/요리왕 비룡/B급식당 업그레이드 전문가 등)





예상 질문 미리 대답하기


접시가 한 장밖에 없나?

.. 음식 이야기를 해보자


조리과정의 설명이 부족하다.

쌀이 주식인 집은 각각의 볶음밥의 형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대로 하는 게 좋지 않겠나.


그렇대도 설명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파 흰 부분으로 파 기름 내고 계란에 버무린 밥을 분해하는데 집중하다가 

간을 하고 파의 파란 부분을 넣고 섞는다. 파인애플을 넣고 확 볶은 후 빼면 좋다.

파인애플을 빼란 얘기가 아니다. 파인애플을 넣고 확 볶은 후 불에서 빼는 거다.


고수를 너무 자주 먹는 게 아닌가 싶다.

재료를 가급적 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장을 볼 때 어떤 거에 얼마나 쓰고 얼마나 쓸 건지 계산을 해보고 구매하는 편이다.

근데 얼마 전에 고수 많이 안 먹는다고 하수라고 하지 않았었나?


이 볶음밥은 곁들임 용인 것 같다.

맞다. 이것만 먹으면 좀 심심하다. 메인 메뉴를 설정해놓고 같이 먹으면 좋다. 노리끼리해서 색깔도 재밌다.


정말 파인애플을 익혀 먹는 것을 좋아하나?

전에 메뉴 개발할 때 이런 짓도 했다.

오븐에 구운 소금 반죽으로 감싼 파인애플. 

참 맛있었지만 다른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그걸로 해결했었다. 

익힌 과일은 주스를 더 많이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음식에 밸런스는 중요하다. 그래서 맛의 목적이나 포인트를 두는 건 중요한 일이다. 고수를 없애기 위해서 시도한 메뉴지만 자극적인 마라 새우와 고소하고 중간중간 주스가 터지는 파인애플의 관계는 참 좋았다.

레시피가 기억난다면 또 해 먹지 않을까 싶다. 


마라 새우 링크

https://brunch.co.kr/@sobeggun/20



다들 알겠지만 맛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수 토마토 마라 새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