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꾼의 도구 08
카페에 앉아 있으면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한다.
노트북을 들고 오는 사람이 70%는 되는 것 같다.
가방을 들고 있는 사람보다 파우치를 들고 있는 사람이 더 많았다.
다들 불룩 불룩 튀어나온 파우치를 가슴에 꼭 안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게 최선일까? 싶었다.
자연스레 생긴 궁금증은, 사람들은 왜 노트북 파우치를 사용하는가?였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랬다.
집 근처기 때문이다.
노트북 전용 제품들을 분리해서 담을 공간이 필요하다.
가방에 노트북을 넣을 공간이 없다.
차가 있다.
스크래치를 주의하게 된다.
검색해보니 딱히 재밌는 노트북파우치가 없었다.
그래서 만들었다.
나는 13인치와 16인치 노트북을 가지고 있다. 타블렛 디바이스도 가지고 있고, 나름 헤비유저다.
곰곰히 생각해봤다.
내가 만약 집 앞 카페를 가야한다면
무엇을 가져가야 하는가?
노트북
마우스
파워
맥의 친구 C-A usb변환기
아이패드
책
헤드셋&이어폰
친구
등이 있겠다.
울룩 불룩한게 그렇게 싫었다. 그리고 심플하면 좋겠다.
그러면서도 내가 필요한 제품을 왠만큼 들고 나갈 수 있는 모습을 갖추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발렌어스의 첫번째 제품이 갖추고 있던 필수적 디자인요소를 들고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버클과 웨빙이였다.
디자인 당시 제일 큰 고민은 어떻게 가방과 구분 할 것인가? 였다.
사용자 편의만을 생각해 치렁치렁 달기 시작하면 더이상 파우치가 아니고,
그렇다고 편의를 무시하자니 만들 이유가 없었다.
단촐하게 들고 다닐 수 있으면서, 가방에 넣기도 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
다양한 사이즈의 노트북을 넣어다닐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가격경쟁력이 부족해서 그렇지 제품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제품을 알고서 판단하게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 마케팅과 브랜딩을 공부한다.
혼잣말이다.
샘플 타입이라 원단이나 볼륨은 좀 달라질 것 같지만, 예상보다 엄청 괜찮은 제품이 나왔다.
보통은 샘플 한번 만들고 나면 커다란 디자인 요소도 수정되는 경우가 있는데,
사용하면서 이렇게 괜찮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괜찮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어떤 일을 시작하면 할 줄 아는 것을 응용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음식을 할 때도 그랬다. 재료의 특성을 재해석해서 장점을 극대화 하거나, 기존에 클래식한 음식들을 편집해서 현재에 맞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곤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디자인은 창의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디자인의 편집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디자인을 하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발렌어스의 디자인이다.
왠만해서는 불룩거리지 않는데다, 무던하게 보이면서 특별한 색을 숨기고 있단 것이 특히나 마음에 든다.
손목에 낄 수 있는 스트랩이 있는데 이거 안만들었으면 어쩔뻔했나 싶을 정도로 필수다.
파우치 자체를 가볍게 만들려고 노력하기도 했지만, 노트북 본연의 무게가 있어서 들고다니기가 쉽진 않다.
그래도 제품이 매우 매력적이다. 내가 만들어서 그럴 가능성이 높은게 제일 무섭긴 하지만, 주변 피드백도 꽤 좋은 편이다. 이런 저런 방식으로 시장 테스트를 마치고 나면, 판매를 하는 것도 내 능력일테다.
와디즈에서 시작해볼까, 일반 판매를 할까, 커뮤니티를 찾아볼까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항상 그렇지만, 자기만족에서 끝내고 싶지 않다. 내가 한 고민에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